[이슈+]에쿠스, 무쏘 그리고 살인의 추억

"여자를 태우기 좋을 것 같아서…."

최근 대한민국 전체를 경악 속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현대차 '에쿠스'를 범행에 사용한 이유를 이렇게 진술했다.


한마디로 부녀자를 납치, 살해하기 위한 의도에서 에쿠스를 택했다는 얘기다. 에쿠스가 '국산 최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여성들의 의심을 덜 받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인해 에쿠스가 때아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에쿠스는 ‘대한민국 상류층이 가장 좋아하는 차’로 확고히 자리 잡은 고급승용차다. 1999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10여년동안 12만대 이상 팔리며 ‘대형차의 지존’ 입지를 굳혀 왔다.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에쿠스(EQUUS)'는 'Excellent, Quality, Unique, Universal, Supreme automotive(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명품자동차)' 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현대차 (250,000원 ▲4,000 +1.63%)는 처음 에쿠스(사진)를 개발할 때부터 ‘수입 명차와의 대결’을 표방했다. 총 52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으며, 개발부터 시판까지 2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현대차는 특히 에쿠스의 출시와 동시에 당시로서는 드물게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을 펼쳤다.


요즘은 일반화 됐지만 해외 유명 골프강사를 초빙해 강습회를 열고, 보증수리 서비스도 최고급 수준을 내세웠다. 에쿠스는 이를 통해 단기간에 ‘부유층’과 ‘사장님’들을 끌어 들이며 국산 최고급 승용차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에쿠스는 후속 모델인 초대형 럭셔리 세단 ‘VI’(프로젝트명) 개발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단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으나 최근 극적으로 다시 부활(?)했다.

현대차가 차명 ‘에쿠스(EQUUS)'와 엠블럼을 VI에도 그대로 계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는 그동안 ’성공의 상징’과 함께 최고급 세단의 대표모델로 인식됐던 만큼 브랜드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다만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신형 에쿠스 신차발표회를 앞두고 이 모델이 끔찍한 범행의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이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고급 승용차는 강력범죄 보다는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사기’ 용도로 이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언론에서 에쿠스란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형 에쿠스는 기존 모델과는 전혀 다른 성능과 디자인을 지닌 신차”라며 “최고급 승용차의 명성을 이어나가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쿠스와 함께 강호순의 연쇄살인으로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내리고 있는 또 다른 차량은 쌍용자동차의 ‘무쏘’다.

무쏘는 쌍용차 (5,580원 ▼70 -1.24%)가 1993년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코란도’에 이어 두번째로 개발한 모델. 지금은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코란도와 함께 쌍용차의 중흥을 이끌었던 대표 주자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에서만 25만여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무쏘는 2005년 ‘카이런’에 자리를 내주고 단종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저돌적인 코뿔소 이미지를 가진 무쏘는 코란도와 함께 쌍용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때 레저용차량(RV)의 대명사로 불렸던 무쏘가 끔찍한 범죄의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