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째 순매수 外人, 10개 종목만 샀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9일째 순매수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대부분이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목들의 수익률이 최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9일 연속 코스피시장에서 총 1조661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최근 순매수는 코스피지수를 사들였다기 보다는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주식들을 쓸어 담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삼성중공업, 신세계, 삼성화재, 하이닉스,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등이다. 이들 10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은 총 1조6415억원으로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 금액의 98%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6일간 이어지며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돌파했던 올 1월 초 외국인들의 순매수 금액 중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5% 정도에 불과했다.
또 당시에는 현대차, KB금융, 우리금융, LG전자 등 업종 대표주들이 고르게 포함돼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IT와 조선과 일부 경기방어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기업들에 집중 투자했음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16%로 코스피지수 상승률 1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0개 종목 중 경기방어주이자 내수주로 코스피 상승률을 밑도는 한국전력, 삼성화재, 신세계를 제외한 7개 종목의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배에 달한다. 하이닉스 일부 종목은 3배를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성 자금으로 구성되는 한국 관련 해외뮤추얼펀드에서는 지난 1월 중순 이후로 자금의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외국인 매수세는 단기적인 차익을 겨냥하는 핫머니 성향이 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상당 부분이 대형 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집중되는 모습도 차익실현시에 보다 용이하게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외국인 매수세와 관련해 과연 언제쯤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국인들이 글로벌 구조조정 과정을 염두에 두고 생존이 확실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D램이나 LCD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생존에는 문제가 없고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의 장기적 매력에 공감하고 있지만 지금 사지 않으면 매수 시점을 놓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을 보이지는 않는다"며 "일정한 가격대를 설정하고서 여유 있게 국내 투자자들의 매물을 받아내는 축적단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