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한국 다시 샌드위치 신세?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역(逆)샌드위치 기회가 사라지고 한국이 다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샌드위치는 한국 제품이 고품질의 일본 제품과 저가의 중국 제품 사이에 끼어 고전하는 상황을 뜻한다. 역샌드위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올라가면서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출시장에서 선전하는 기회를 말한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환율 효과를 누리며 상대국에 비해 수출 타격을 덜 받았다. 이에 대해 수출 관련 전문가들은 환율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수출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역(逆)샌드위치의 역(逆)은 다시 샌드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파이 키우기'가 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2.50원으로 마감, 연중 최저치로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은 올초 1321원으로 시작해 3월초엔 1500원대 후반까지 급상승했다. 지난 3월2일엔 1570.30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3월까지 이어진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업체와 외화 차입이 많은 기업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수출기업은 큰 도움을 받았다. 환율 상승분만큼 해외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 3월을 고점으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해외 수출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효과에 취해선 안된다"며 "역샌드위치의 호기를 맞아 점유율을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환율 하락기에 대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1분기 수출은 75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경쟁국의 수출은 더 줄었다. 덕분에 이 기간동안 한국 기업들은 주요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가 올 3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7.6%까지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9.3%에서 올해 11.5%까지 크게 높아졌다. LCD TV와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정보기술(IT), 석유화학 등이 올들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인 대표적인 품목"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출 절대액이 증가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면 수출 전략을 짜기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3%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6%로 세계 12위였다. 한국은 1988년에 수출시장 점유율이 2.3%로 오른 이후 20년째 2%대에 머물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환율 효과는 3개월 후행하기 때문에 2분기부터 환율 효과가 본격화됐다고 보면 된다"며 "환율이 떨어져도 역샌드위치 기회는 당분간 이어지고 시장점유율은 관성이 있어 한번 높여 놓으면 경기회복기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은 글로벌 인사이트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2010년이면 수출 9위를 달성해 사상 첫 10위권에 진입하고 2022년이면 한국 수출이 1조1878억달러로 늘어 1조1778억달러의 일본을 제치고 4대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각국의 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시장점유율을 높여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