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하이닉스 유증에 몰린 '돈'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 유상증자에 약 26조원의 돈이 몰린 것으로 가집계됐다. 모집금액 총 7245억원의 다섯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이닉스 전체 시가총액 7조2500억원을 감안하면 하이닉스 같은 회사 세 개는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의 공모 열기도 뜨겁다. 오는 19일 상장 예정인 서울마린 공모에는 1조3000억원이 몰렸고 중국원양자원 청약에도 1조303억원, STX엔파코에는 1조691억원이 들어왔다. 이달 들어 청약을 받은 5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았다.


올 들어 지난 4개월간 '공모=대박'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공모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대박의 기억을 쫓아온 유동성들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1월 주당 5400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하이닉스 주가는 불과 3개월여 만에 세배 가까이 뛰었다. 이밖에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기업들의 수익률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최근에 증시 상승이 주춤해지면서 유동성 장세의 한계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에 뛰어들겠다는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게 대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유동성 장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주장했다.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금리가 더 이상 물가상승률을 커버하지 못하고 엄청난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화폐가치를 하락시킬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재산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


특히 올 들어 미국 내 투기등급 회사채 판매량은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BBB- 급 회사채 수익률이 한자리대로 하락하고 있어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로 앞으로 유동성의 증가는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전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DI는 올해 4분기보다 조금 이른 시점에 비전통적 방식의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4분기쯤에는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출 급증세는 4월 들어 주춤해졌고 '중국 정부가 필요할 경우 과잉 유동성을 환수할 것'이라는 전망(판 강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나왔다.

우리투자증권은 △과잉유동성에 대한 정책당국의 경계가 나타났다는 점 △금리동결 기조가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통화팽창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자산가격 버블 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 △인플레이션 우려로 현금보다는 자산 확보의 의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 등에서 유동성은 추가로 증가하기보다는 정체 내지 감소의 추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업들의 증자에 자금이 대거 몰려 온다는 것이 증시에 무조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최근 실시되는 기업들의 증자는 대부분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일 뿐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매출을 이끌어 내기 위한 증자가 아니라면 이는 결국 주식가치의 희석을 초래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하락을 불러온다. 그리고 ROE의 하락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증시가 대형 기업들의 잇따른 증자 소식에 뒷걸음질 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공모주나 하이닉스 증자 등에 몰려오는 자금들은 단기 차익만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도 의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의 경우 유동성만으로 30~40% 이상의 초과상승은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되며 경기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난다면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