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9월 가서명후 내년 상반기 발효

-7·8월말 각각 두차례 법률 검토작업
-가서명 이후 협정문 공개예정
-23개 언어로 번역후 내년 1~2월 공식서명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개시 2년2개월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스웨덴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라인펠트 총리를 만나 13일(현지시간) 정당회담 이후 한·EU FTA협상의 잔여잼정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음을 공식선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한국과 EU의 FTA 협상이 합의점에 도달했다”며 “EU 의장국인 스웨덴 총리와의 오늘 정상회담에서 협상 종결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타결선언이 없는 이유=사실상 협상 타결이지만 양측은 공식적인 협상타결 선언 없이 바로 법률검토에 들어간다. FTA와 같은 국제조약의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공식적인 타결선언을 해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EU 의장국인 스웨덴과 협상타결을 선언하는 것으로 갈음하게 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EU 의장국인 스웨덴을 만나는데 굳이 별도로 집행위를 또 만나 공식적인 타결선언을 할 필요가 없다는데 양측이 의견을 함께 해 공식적인 타결선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으로써 협상내용이 다 타결된 것"이라며 "더 이상 협정문에 대해 양측 협상단이 논의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협정물에 대한 법률 검토작업은 7월말과 8월말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양측은 9월초까지 모든 법률 검토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률 검토작업 이후 단계인 가서명은 9월중에 있을 예정이다.

◇가서명서 '자유무역주의'천명=공식적인 타결선언이 없기에 가서명의 형식상 중요성을 감안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캐서린 애쉬튼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직접 만나 가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따로 통상장관회담을 열기 보다는 오는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가서명의 장소가 될 확률이 높다.

세계 주요국이 모인 자리에서 ‘자유무역주의’를 천명하는 것으로 한·EU FTA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 4월에도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EU FTA 공식타결을 선언할 계획이었으나 ‘관세환급’에 대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 공식타결 선언에 실패한 적이 있다.

가서명 이후 협정문이 공개된다. 또 EU의 상황을 고려해 영문인 협정문을 27개 EU 회원국이 사용하는 23개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번역작업에는 3~4개월이 소요돼 협정문에 대한 공식서명은 내년 1~2월에 가서나 가능해진다.

◇발효는 내년 상반기 이후=한국에서는 정부가 비준 동의안을 국무회의에 의결한 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비준 동의를 구하게 되고 국회 본회의의 표결을 거쳐 국내절차가 마무리된다.

이에 반해 EU는 EU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27개 회원국 각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한·EU FTA는 내년 상반기 발효될 계획이다.

한·미 FTA의 경우 2007년4월 공식타결을 선언한 이후 가서명 없이 법률검토 작업을 거쳐 정식서명에 이르렀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는 지난해 9월 사실상 협상타결을 선언했지만 법률검토 작업 이후 올 2월에서야 가서명이 이뤄졌다. 협상마다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 협상절차가 다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EU측에서는 이번 한·EU FTA 협상이 27개국으로 회원국이 늘어난 이후 행해진 가장 진지한(serious) 통상협상이라고 말한다”며 “특히 한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과 이같이 심각하고 포괄적인 협상을 한 것은 처음으로 EU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