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어느새 연중 최고, 금리 조기인상?

국고채 금리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주식시장 강세로 상대적인 약세를 보인 데다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돈 줄을 죄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금리 수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이상 인상했을 때를 미리 반영한 것이어서 과도한 상승에 따른 반락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4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35%로 마감됐다. 전날보다 0.02%포인트 소폭 내렸지만 지난해 12월2일 4.4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권금리(3년물 기준)는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만에 0.20%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지난 7월 한 달간 금리 상승폭인 0.10%포인트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이처럼 채권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우선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경기 개선 기대감과 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지난달 초 1400선을 돌파한 후 이내 1500선마저 훌쩍 뛰어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채권의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


또 주식시장이 상승한 배경인 낙관적인 경기 전망은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에 비해 2.3% 성장해 2003년 4분기(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말 발표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예상보다 빠른 경기 호전을 나타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도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기 회복 전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출구전략을 당장하든 안 하든 논란 그 자체로 채권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은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내놨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도 경제의 추세적인 회복이 확인된다면 금리 인상을 행동으로 옮길 조건을 갖출 수 있다"며 "과거처럼 호주나 중국 등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릴 경우 3분기 경제지표를 확인한 오는 11월에 한은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채권금리가 마냥 오를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채권시장의 악재는 이미 금리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우선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2.00%)와 금리차(스프레드)는 현재 2.35%포인트로, 지난 2000년 이후 평균 스프레드 0.97%포인트에 비해 크게 높다. 과거와 비교하면 채권금리가 현재보다 1.4%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게 정상이란 얘기다.

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2001~2002년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내려왔고 스프레드도 고점을 찍고 축소되자 금리 하락세를 보였다"며 "현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도히 반영한 특수한 상황이므로 오히려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단순히 경기가 좋아진다고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좌:%, 우: %포인트)

또 외국인과 채권형펀드의 채권 매수세가 탄탄해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금리 하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말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잔액은 전달보다 2조3000억원 증가한 43조6255억원. 지난해 9월말(48조5715억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석 달째 증가세다.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올 들어 10조5000억원 이상 순증가하는 등 시중 자금을 꾸준히 흡수, 채권 매수 여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