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지속, 정부 엔화 움직임에 촉각

엔화가 1995년 이래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정부 당국이 엔화 환율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개입이 있을 경우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도쿄외환시장에 엔화는 지난 주말 달러당 86.20엔에서 85.82엔까지 떨어졌다. 엔화는 지난주 한때 달러당 84엔대로 내려앉으며 1995년 79.75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엔화강세는 엔화가 달러보다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에 따른 결과다. 비록 일본 경제가 저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금리도 낮지만 미국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엔화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일본 국채 매입도 한 이유다.

엔화강세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주 엔고를 막기 위한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개입은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구두개입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특히 아시아국가를 대상으로 수출진흥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개입을 시도해 마찰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게 일본의 스탠스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엔화가 글로벌 통화이기 때문에 개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서울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도쿄 뿐만 아니라 뉴욕,런던,싱가폴 등 24시간 열리는 외환시장에 지속 개입해야 하므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염두에 둬야 하고 개입의 약발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의 실개입이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컨센서스는 당분간 엔화가 달러화 대비 ‘85엔보다는 아래, 79엔 보다는 위’로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엔화강세일 경우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어 그동안의 정부 입장을 유지하면 된다.

그러나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엔화약세로 원화 등 아시아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기업들엔 악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엔화 강세 기조가 바뀔 경우 외환당국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외환당국은 그러나 어떤 언급도 피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게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밝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될 경우 엔화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지속하는 어려울 것이고 “펀더멘털상 원화도 달러화 대비 1100원-1150원대로 갈 것”이라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