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왜 이래, 지주 이사회 연기, 은행 전산망 장애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가 오는 28일 예정됐던 이사회를 돌연 연기했다. 이사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급작스런 발표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친 데다 후보자 구인난마저 겪으며 이사회 개최를 강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지주는 27일 자료를 통해 사장 직무 대행을 뽑기로 했던 오는 28일 이사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차기 이사회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상훈 사장을 직무정지시키고 라응찬 회장이 신 사장의 업무를 대행키로 했다. 그러나 이후 신한지주는 라 회장 대신 신 사장 직무를 대행할 사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들고 일어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은 이번 이사회에서 사장 직무대행 선임에 반대키로 의견을 통일하고 4인이 모두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번 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굳이 사장 직무대행을 선임해 풍파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직무대행 후보자 일부가 고사의사를 표명했고, 국내 이사들도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해보자는 의견을 피력하며 이사회를 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에 따르면 전성빈 의장을 중심으로 이사들이 추석 명절과 주말 등에도 여러 의견을 논의했으나 후보자 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한지주는 "후보자 일부는 고사하고 있고 국내외 사외이사들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찾을 수 있도록 대상자 폭을 넓히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차기 이사회 개최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신한지주는 당분간 라 회장이 사장 대행 업무를 지속해야 할 전망이다. 신한지주가 "사외이사들이 회장이 힘들더라도 당분간 좀 더 수고하도록 부탁했다"고 밝힌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신한지주가 갑자기 라 회장에 결재 업무가 몰리는 등 부담이 있다며 사장 직무대행 선임 계획을 밝히자 금융권에서는 물론 조직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다양한 '설'이 제기됐다.

검찰 조사 결과 신 사장의 혐의가 조기 입증될 것을 예상, 미리 차기 사장을 내정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그 하나다. 한편으로는 라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며 회장직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로선 이사회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신한지주는 내분 사태가 공식화된 뒤 재일교포들과의 의견 차이 등이 불거지며 분열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이번 이사회 해프닝으로 또 한 차례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신한은행 단말 시스템 일부에 장애가 발생하며 지점 일부 컴퓨터에서 입출금 업무 등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복구는 오후 12시 경 이뤄졌으며 그 동안 지점을 방문한 고객 등이 업무가 지연돼 불편을 겪었다.

은행 전산 시스템에 장애가 일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인터넷 뱅킹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지점 컴퓨터 일부가 장애를 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