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강지원-김영란 법조부부의 행복하게 사는 길

머니위크
  • 대담=김영권 편집국장 / 정리=이정흔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12,047
  • 2010.10.31 10:39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머니위크 창간3주년 기획]행복의 줄에 서라/강지원 변호사·김영란 전 대법관 부부

“김영란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 포기하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서 강의 결단.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3년 정도면 100억원 수익도 가능하다고 하니까 정말 대단한 선택이죠. @focus2u”

“김영란 전 대법관 배우자 강지원 변호사, 부인이 대법관으로 있는 동안 누가 될까, 변호사 일을 중단했단다. @anthas1005”

“모범이 되는 부부이시네요. 그런 분들이 많아져야 살기 좋은 세상.@rhddnjs

“ㅎㅎㅎ 참으로 아름다운 법조인입니다. 부창부수 @patmos1004”

지난 10월4일, 김영란 전 대법관의 ‘약속’이 새삼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김 전 대법관은 늘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고 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그의 배우자인 강지원 변호사 역시 화제에 오른 건 당연한 일. 사실 강 변호사는 지난 2004년 일찌감치 변호사 사무실을 닫았다. “부인이 공정성이 생명인 대법관의 중책을 맡았으니 당연한 일”이라는 게 당시 그의 변이었다.

기분 좋은 화제의 주인공, 강지원-김영란 부부를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조그만 카페에서 만났다. 기꺼이 가진 것을 내려놓고서도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와 함께 우리시대의 행복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 강 변호사께서는 청소년 문제나 장애인 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공익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자살예방 추진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우리 사회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데, 더불어 자살률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행복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각한 '자살 문제'부터 짚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지원 변호사 : 그렇습니다. 저는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 또한 ‘행복하지 못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자살자들의 70~8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20~30% 역시 결국은 다른 형태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자살병’인데, 마음에 병이 생긴 겁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10위권 안팎에 드는 풍족한 국가입니다. 그런데 행복지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높아지는 자살률입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제가 자살예방추진위원장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늘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 :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인 중 젊은 친구가 저에게 비슷한 고민을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그 친구에게 저는 “그럼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 각도에서 세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조언이 통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 그 친구는 잘 살고 있습니다. 죽을 각오라면 살 각오도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대법관의 말씀처럼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든 먼저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 저만 하더라도, 저 살기가 바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 강지원 : 누군가 당신에게 ‘죽고싶다’고 말한다면 이는 동시에 ‘살고싶다’는 의미도 있는 겁니다. 다만 이를 받아 줄 사람이 없는 거죠. 이들에게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신뢰감이 형성된 관계에서 끝까지 얘기를 들어주고 받아 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도 전문가 양성을 통해 높은 자살률을 해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자살과 관련해서는 교육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 들어가 겨루고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면 진짜 잘 사는 방법을 놓치지 않을까요?

▶강지원 : 이제 곧 수능이 끝나면 또 아까운 청춘들이 여럿 죽음으로 내몰릴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못한 겁니다. 땅을 칠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죠.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경쟁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아이들을 경쟁시키는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진 탤런트는 수만 가지 다른 모양인데, 이를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고 경쟁을 시키니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란 : 학부모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부부는 딸 아이 둘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냈습니다. 몇년 전 첫째딸이 수능을 안 보겠다고 했을 때는 저희도 부모로서 앞이 깜깜했죠.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같을 겁니다. 미리 세상을 살아봤고, 그러니 자신들의 경험으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존경 받는 길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부모들이 미리 세상살이의 ‘답안지’를 손에 쥐고 자식들에게 이를 강요하는 겁니다. 이리로 가야 빨리 성공한다, 고생 없이 행복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모의 뜻에 따라 모범 답안처럼 거머쥔 성공이 과연 행복할까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지름길을 두고서 멀리 돌아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고생을 할까봐 마음 놓이지 않고, 결국엔 내가 원하는 길로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그 실패의 과정이 없으면 아이들은 답안지를 손에 쥐고 있어도 행복할 수 없을 겁니다.

▶강지원 : 저는 다시 태어나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는 보지 않을 겁니다. 그때는 성공이라고 하면 ‘사’자가 붙어야 한다고 했고, 그래서 고시를 봤는데 붙을 때마다 후회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출세는 했지만, 스스로 성공한 삶이냐고 물으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강 변호사께서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강지원
: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행히 그래도 꿈을 잘 찾아 온 것 같습니다. 제가 검사로 처음 맡은 일이 비행청소년 관련 사건이었습니다. 덕분에 비행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처음에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비행에서 해방시켜 볼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 해결이 아니지 않습니까. 비행을 벗어난 다음에,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행복하게 살도록 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비행청소년의 절반이 여자이니 여성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장애인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학창시절에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갖게 되니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기가 언제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꿈을 갖게 된다면, 그 꿈을 좇기 위한 길은 저절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김영란 : 저는 교장선생님이 직접 불러서 법대를 권유해 주셨어요. 당시에 저는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제 마음과는 다르게 정해진 길을 걷게 된거죠. 남이 보는 출세와 내가 느끼는 성공은 분명 다른 데 말입니다.

최근에 중학생 세명이 저를 찾아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 친구들 꿈이 대법관이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들에게 해준 말이 있어요. “그건 좋은 목표가 아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지 말고 어떤 사람이 되겠다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요. 만약 좋은 판사가 대법관이 못되면 꿈을 못 이룬 건가요? 목표를 외부에서 찾으면 쉽게 좌절하고 행복할 수 없는 건 당연하잖아요.

▶강지원 : 맞아요. 지금 우리는 성공의 개념을 너무 잘못 잡은 것 같아요. 우리 교육에서도 청소년들의 소질과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주고 길을 열어 주는 것, 이게 우리 청소년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고 죽음으로부터 아이들을 살리는 길입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토록 출세지향적이 됐을까요?

▶강지원 : 저는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봅니다. 워낙 역사적으로 상처도 많고 가난했던 시대를 살았던 민족 아닙니까. ‘가난을 이겨야겠다’라는 생각에 목표가 왜곡되면서 ‘돈을 왕창 많이 벌어야 겠다’ ‘돈이 최고다’로 바뀌는 겁니다. 그저 필요한 만큼만 있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데, 상처의 극복이 과잉 행동으로 나타나는 거죠.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집단적인 정신적 상처를 극복해 내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김영란 : 결국은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이 시대적 트라우마가 우리 시대의 성공이나 사랑을 잘못 학습하게끔 만든 것 같습니다. ‘돈이 많은 것’을 성공으로 여기는 것처럼 그 시대의 엄마는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거든요. 그 희생 때문에 상대에게 사랑을 강요하고, 모두가 행복하지 못하는 거죠. 온전히 사랑하는 법,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데다 가슴에 상처까지 있으니 모든 게 연결 돼 있는 문제잖아요.

-부부나 연인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제대로 사랑하는 것’, 그런 사랑을 배워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강지원 :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사랑이 됐든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누군들 제대로 사랑하겠습니까.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내가 ‘잘 난 것’ ‘가진 것’만 사랑한다는 게 아닙니다. 내게 부족한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까지 사랑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존감이 높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남들과 비교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자학하고…. 요즘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김영란 : 저는 아직도 스스로 사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배워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게 사랑이구나’ 조금씩 깨닫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사랑을 주잖아요.

자기애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자꾸 사랑하는 상대에게서 채우려고 합니다. 그 대상이 누가됐든, 자식이든 연인이든 마찬가지에요. 의존하려 들기보다는 독립적으로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훈련이 필요하겠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어떤 자세와 준비가 필요할까요?

▶강지원 : 집사람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박수를 쳤어요. 나이 들었다고 다른 게 있나요. 행복하려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죠.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라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무소유’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 벌되, 돈에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는 거죠. '무소유'도 아니고, '무작정 소유'도 아닌 '적정 소유'가 옳다고 봅니다. 다만 죽는 날까지 일자리는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일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나아가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김영란 : 생각해보면 제가 판사로 30년을 일했는데, 그 만큼의 기간을 앞으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거잖아요. 사실 아직도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하지만 우선 대학으로 돌아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맡은 만큼, 천천히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만 찾으면 그 다음부터 길은 저절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제 또래의 다른 분들도 은퇴 이후에 더 많이 활동해 줬으면 좋겠어요.


강지원 변호사는?

1949년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1972년 행정고시 합격, 1978년 사법고시 수석합격. 2003년까지 검사로 지내며 청소년 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을 맡음. 현재 청소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지역분과위원장, 필하모니아 코리아 무보수 단장, 자살예방대책 추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2007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8년 제3회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어린이 청소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청림출판/2004년), <강지원 생각 큰바위얼굴 어디없나>(큰얼기획/2008년)가 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1956년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판사 시절부터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비롯, 여성과 소수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로 주목 받았다. 2004년 여성 첫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올해 8월 6년 임기를 마쳤다. 퇴임후 평소 약속한 대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를 맡아 다음 학기부터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삼성전자가 미국기업도 아닌데…또 호출한 바이든, 왜?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