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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보성·해남=최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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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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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3색 마을여행]

[편집자주] 굽이굽이 남도의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쳐간다. 온 산에 든 단풍처럼 마음에도 단풍이 들고 단풍 너머로 깊어진 사람들의 눈길. 남도에 가면 입이 행복해진다. 풍성한 먹을거리와 향미가 넘쳐나는 곳. 아름다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을의 길을 따라 남도의 전설과 이야기를 들으며 가을 속으로 떠나가보자.
▲한옥마을 전경
▲한옥마을 전경
◆맛과 향의 도시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 일본 상인들이 전주 최대 상권을 차지하자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세우면서 유래했다.

한옥마을은 걸어서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지만 최명희문학관, 천주교 전동성당, 향교 등 곳곳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찬찬히 살피려면 하루로도 부족할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옥마을의 중심은 오목대에서 경기전을 거쳐 전동성당까지 가는 도로인 태조로와 은행로의 교차점이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음식점과 문화체험장 카페와 갤러리들이 열지어 있다. 서울의 인사동이나 청담동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풍경이다.

특히 한옥마을에는 황손의 집인 '승광재'가 있다. 의친왕의 아들이자 '비둘기집'으로 유명한 가수 이 석씨가 현재 기거하고 있다. '승광재' 곳곳에는 조선 황실의 쓸쓸한 풍경이 배어있는 낡은 흑백사진들이 붙어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공예품 전시장
▲전주한옥마을의 공예품 전시장

예향의 도시답게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관이 있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공예품전시관을 비롯해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한지원, 전통술을 전시해놓은 전주전통술박물관 등에서 상시 전통체험을 할 수 있다.

전주는 명망있는 문인들이 많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가람 이병기 선생을 비롯해 소설 '혼불'로 유명한 최명희 선생의 생가가 한옥마을에 있다. 한옥마을기념관에는 최명희 선생의 유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쓴 수필에서 여고 선생님 시절에 쓴 엽서까지 최명희 선생의 문학적 생애가 고스란히 농축돼 있다.

한옥마을 남쪽 끝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풍스러운 건축물 전동성당이 보인다. 1908년에 세워져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성당은 낮에도 밤에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푸짐하게 차려진 전라도 한상 음식들
▲푸짐하게 차려진 전라도 한상 음식들

전주는 미식가와 주당들의 천국이다. 한상 푸짐하게 차린 음식들은 하나하나 향미가 살아있고 입에 달라붙는다. 전주하면 비빔밥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외에도 삼천동 막걸리골목은 요즘 막걸리 바람을 타고 한창 뜨고 있는 곳이다.

전주 특산 주전자막걸리(한 주전자 1만5000원)를 시키면 20가지도 넘는 안주가 무료로 나온다. 감칠맛 나는 안주를 입 안에 느끼면 또 한 주전자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주전자가 바뀔 때마다 음식의 종류도 바뀌니 주머니가 가벼워져도 입 안은 황홀해진다.

전주의 또다른 재미는 가맥집에서 "탕 탕" 기계로 쳐서 구운 갑오징어와 황태포를 맥주와 함께 맛보는 것이다. 가맥이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말한다. 동네 가게에서 맥주를 파는 풍경이야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전주의 가맥은 일종의 신풍속도가 됐다.

숙취가 생겨도 해장 걱정은 안해도 된다. 전주의 명물 중 하나인 콩나물국밥이 있기 때문이다. 콩나물국밥은 2가지 스타일이 있다. '전주남문시장식' 콩나물국밥은 펄펄 끓이는 삼백집 스타일과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내는 토렴스타일이 있다. 시원한 콩나물국밥 한 숟갈을 수란에 김가루와 함께 비벼 한약냄새 그윽한 모주와 함께 곁들이면 숙취는 멀리 사라져버린다.

▲강골마을 전형적인 양반가 저택
▲강골마을 전형적인 양반가 저택

◆전통과 이야기가 숨 쉬는 보성 강골 마을
보성군 득량면에 있는 강골마을은 보성차밭이나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벌교읍에 비해서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흙돌담과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강골마을은 작고 고졸하다. 마을에 있는 3채의 한옥(이금재·이용욱·이식래가옥)과 정자(열화정)가 볼거리의 다이지만 이들 한옥은 중요민속자료(제159호)로 지정돼 있다. '강동'(江洞)으로 불리기도 하는 강골마을은 16세기 말에 광주이씨(廣州李氏)가 들어와 정착하면서 광주이씨 집성촌이 됐다.

지금 남아있는 가옥은 대부분 19세기 이후 광주이씨 집안에서 지은 것들이다. 마을은 조선 후기의 전통가옥 30여 채가 오봉산을 바라보면서 작은 골짜기 안에 접시꼴로 똬리를 틀고 앉은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마을 중앙에 있는 이용욱가옥은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준다.

솟을대문을 넘어 담장으로 막아서 사랑마당이 외부로 드러내지 않도록 했다. 안마당과 사랑마당도 따로 구획해서 중문간을 통하지 않으면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고, 사랑채 뒤로는 안마당으로 통하게 돼 있다.

특히 이 집은 안채, 사랑채, 곳간채, 행랑채, 중간문채, 사당과 연못까지 갖췄다. 열화정은 자연을 그대로 살려 공간을 연출한 전통 한국 조경의 백미를 보여준다.

강골마을의 마을지킴이 이정민씨는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 디딤돌까지 조상들의 깊은 지혜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집안의 안주인인 마님이 온 집안의 일들을 두루 통찰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 설계했다는 것.

안채의 시어머니방 댓돌은 조금 높게, 며느리방 댓돌은 조금 낮게 해서 시어머니가 거동하는데 편리하게 했다든가 항상 집 안에 갇혀 살아야 하는 아낙들의 삶을 배려해서 멀리 보이는 산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도록 설계한 것이 그것이다.

이씨 종택 옆에는 작은 우물이 있다. 예전에는 빨래터이기도 하고 식수로도 사용한 우물은 세월의 이끼를 머금은 채 남아 있었다. 원래 이 우물은 종택 마당에 있었는데 동네 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우물을 냈다.

우물가에는 조그맣게 구멍이 나있다. 마을 아낙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종택 어른의 얄궂은 지혜가 만들어낸 소리샘. 아직도 이 우물가에선 낭랑하게 웃으며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아낙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문의 061)853-2885

▲땅끝 표지석
▲땅끝 표지석

◆땅끝 새로운 시작 해남 땅끝 마을
해남 땅끝마을에 비가 내린다. 땅끝에 오면 바다의 눈을 만나고 땅의 살결을 만진다고 낭만적으로 말하지만 왠지 땅끝마을에 오면 비감한 감정에 젖어든다.

바다에 연한 이곳은 한반도 최남단 북위 34도17분21초의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장봉이다. 이곳이 한반도의 땅 끝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이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불렀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길두산 봉수대가 있다.

조선 초에 설치돼 고종 때 폐지된 봉수대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표표히 자신을 지키고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맑으면 다도해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제주도 한라산이 가깝게 보인다고 하니 이곳이 땅끝임을 절감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보이는 쌍둥이섬 사이로 보이는 '맴섬 일출'은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바다는 깊고 넓다. 문득 '그대 땅 끝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 한수가 생각난다.

"그대 땅끝에 오시려거든/ 일상의 남루 죄다 벗어버리고/ 빈 몸 빈 마음으로 오시게나/ 행여 시간에 쫓기더라도 지름길일랑 찾지말고 …눈시울 붉어지는 물마루 너머로 가뭇없이 사라지는 저문 해를 보아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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