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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골프선수들, 아시안게임에 목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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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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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한국 골프 꿈나무 “아시안게임 금메달 싹쓸이 할래요”
국가대표팀 17일부터 나흘간 경기


12일 개막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하겠다는 국가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여자팀 김현수·김지희·한정은과 남자팀 이재혁·이경훈·김민휘·박일환. 남자는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적이다. [성호준 기자]
12일 개막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하겠다는 국가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여자팀 김현수·김지희·한정은과 남자팀 이재혁·이경훈·김민휘·박일환. 남자는 금메달을 꼭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적이다. [성호준 기자]

“쉭, 쉭~.”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7일 밤 제주시 그랜드호텔의 썰렁한 야외 수영장 주변에선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났다. 아시안게임 골프 국가대표 이경훈(19·한체대)이 수영장의 한 귀퉁이에서 아이언을 휘두르는 소리였다. 휴일 밤이 깊었지만 그의 스윙은 10시가 다 되도록 그치지 않았다. 다른 대표선수들도 어디선가에서 드라이버 또는 퍼터를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경훈은 “금메달을 따면 지난 7년간 나를 뒷바라지해주신 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말했다. 표정이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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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선수들이 클럽을 한데 모은 채 포즈를 취했다. 아래 사진은 출정식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한연희 감독과 선수들.

대표 선수들이 클럽을 한데 모은 채 포즈를 취했다. 아래 사진은 출정식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한연희 감독과 선수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12일 개막했다. 골프는 17일부터 나흘간 경기를 펼친다. 한국은 김경태·유소연 등이 나섰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올해 아시안게임엔 남자부 이경훈·김민휘(18·신성고)·박일환(18·속초고)·이재혁(17·이포고)이, 여자부엔 한정은(18·중문상고)·김지희(16·육민관고)·김현수(18·예문여고)가 나간다. 4라운드 스트로크 방식으로 경기를 펼치며 남자 단체전은 4명 중 라운드마다 가장 성적이 나쁜 선수의 스코어를 제외한 세 선수의 성적을 합산한다. 여자는 3명 중 2명의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재혁은 지난해 열린 아시안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2위를 했다. 우승자에겐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즈 출전권을 주는 권위있는 대회였다. 이재혁은 그러나 “우승해서 마스터즈 출전권을 따낸 선수가 별로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부터 아시안게임에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경훈은 “오직 아시안게임만을 위해 지난 4년을 바쳤다. 브리티시 오픈이든, 마스터즈든 다른 대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표 선수들의 또래 중 정연진은 브리티시 오픈에 나가 베스트 아마추어 선수가 됐고,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도 US오픈에 나갔다. 한창원은 마스터즈에 초청됐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은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남자 대표선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는 아시안게임이다.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병역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한국 골프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다른 종목과도 또 다르다. 축구·야구·농구 등 다른 종목에선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도 나갈 수 있지만 유독 골프 종목만은 아마추어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에 나가려고 프로 전향을 늦추는 경우도 흔하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 중인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2006년 프로 전향을 미루고 도하 아시안게임에 나가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는데 올해 상금이 20억원이 넘었다.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군대에 갔다면 이렇게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06년 김경태와 비슷한 성적을 거뒀던 이동환은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대신 프로로 전향했는데 지금은 군 복무 중이다. 그래서 한국의 엘리트 남자 선수들은 김경태의 길을 따르려 하는 것이다.

국가대표팀 한연희 감독은 “세계 골프계의 흐름을 보더라도 10대 후반에 프로로 전향하는 추세며, 20대 초반 남자 선수들이 2년 정도 군 복무를 한 뒤 다시 감을 찾으려면 추가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프로 4년 동안의 상금이 걸린 로또 복권이나 다름없다. 선수들은 “금메달 연금 같은 것은 계산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선수들은 그래서 간절히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되려고 한다. 미국에선 PGA 투어 출전권을 주는 퀄리파잉스쿨이 가장 압박감이 큰 대회로 꼽히지만 한국에선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이 가장 부담감이 심한 대회일 것이다.

국가대표는 매년 남녀 각각 6명을 뽑는다. 전년도의 성적을 토대로 선발한다. 그렇지만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해엔 대표선수가 남자4, 여자3명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 시기엔 극도로 예민해진다. 대표 선수 6명이 다섯 차례 선발전을 치러 3명을 뽑는다. 같이 합숙하고 같이 웃었던 동료 중 절반이 탈락하는 것이다. 팀 스포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인 스포츠의 묘미이자 고통이다.

이재혁은 “친한 친구가 실수를 할 때 즐거워할 수도, 괴로워할 수도 없는 어색한 상황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전년도 대표와 상비군 등 9명이 다시 선발전을 치른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대표선수 티켓을 거머쥔 이경훈은 “선발전이 열리는 골프장에서 한 달간 합숙훈련을 했다. 그런데도 대표 선발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라운드였다”고 말했다.

압박감이 심하니 이변도 많다. 3년간 대표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한창원과 윤종호가 탈락했다. 2006년에는 김도훈이 한 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쳤고, 그 여파로 강력한 대표 후보였던 노승열이 탈락했다. 김종일 코치는 “골프는 당일 컨디션과 심리 상태 등도 중요하며 압박감을 견디는 것도 실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아마추어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는 단체전 13위에 그쳤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나은 것이 위안거리다. 그렇지만 일본·대만의 전력도 만만찮다. 시끄러운 응원과 홈 텃세가 유난히 강한 중국도 부담스럽다. 선수들은 그러나 “금메달을 못 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능력의 70%만 발휘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가족처럼 지낸다. 그래서 개인전 금메달은 사치품이고, 단체전 금메달을 무조건 따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함께 고생한 대표 선수 모두 성공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훈은 “‘포기하지 말고 악착같이 쳐서 팀 스코어를 한 타라도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운 여자 선수들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KLPGA 정회원 자격을 받는데 여자 선수들은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정회원 자격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한정은·김지희·김현수가 나란히 개인전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당연히 단체전 금메달도 땄다.


여자 대표팀의 위상은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한국 양궁의 처지와 비슷하다. 대표선발전이 금메달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양궁과 비슷한 점은 또 있다. 개인운동이며 멘털과 바람이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양궁 대표팀처럼 시끄러운 야구장 같은 곳에서 연습을 하지는 않지만 소음에 대비해 훈련을 하고 있다. 한정은은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샷을 할 때 일부러 소리를 내곤 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잘 쳐야 진짜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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