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현경병 의원, 당선무효형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골프장 시행사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나라당 현경병(48) 의원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는 16일 경기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행사 대표 공모(43)씨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기초단체장이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혹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현 의원은 선고받은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재판부는 "현 의원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부족한 의원실 운영비 등을 충당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보좌관 김모씨가 공씨로부터 돈을 받으며 '현 의원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점 등을 보면 불법정치자금 수수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보도된 직후 현 의원과 김씨가 집에서 만나 범죄사실에 대해 말을 맞췄다"며 "공씨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않은 사실만으로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불법정치자금 1억원 수수혐의에 대해서는 "현 의원이 다른 사람들과의 금전 거래에서도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이자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원심과 같이 무죄로 인정했다.

현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혹스럽다"며 "시간을 갖고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해 상고할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현 의원은 2008년 8월 공씨에게 "총선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변제 등에 필요하니 지원해 달라"고 요구,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같은 해 9월부터 1년간 공씨로부터 정치활동 경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현 의원은 공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 차용증 없이 1억원을 받았다"면서도 "차용증이 없다는 것만으로 이 금액이 기부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