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조직과 결탁해 필로폰 장사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필로폰 유통 조직과 결탁해 '마약 장사'를 벌인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경찰관은 수사선상에 오른 마약 사범을 비호해주고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관 이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마약 중독자 A씨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산에서 활동해 온 마약 판매조직원과 공모해 필로폰 약 10g을 45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추후 적발될 것에 대비해 필로폰 대금을 오토바이 택배로, 마약은 고속버스 택배로 전달했다. 이후 이씨는 A씨가 해당 필로폰의 순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환을 요청하자 남은 필로폰 약 5.3g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씨가 A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그는 당시 필로폰 투약 혐의로 내사를 받던 A씨로부터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300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받은 이후 상습적으로 뇌물을 수수했다.

이씨는 A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마약 혐의로 지명수배되자 지난 6월 "사건을 해결해 줄테니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뒤 32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A씨에게 모발탈색, 링거액으로 마약성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A씨의 집으로 링거액 1병을 보내기까지 했다.

또 그는 지난달 A씨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게 되자 다른 사람의 소변을 몰래 전달해 소변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등 마약 사범의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A씨에게 변호사를 소개시켜주고 수임료로 받은 4000만원 가운데 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투약 사범들은 현직 경찰관을 통하면 품질이 좋은 필로폰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다수의 투약자로부터 돈을 모아 마약을 구입했다"며 "이번 사건은 경찰관이 마약 조직과 유착한 사실을 확인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