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리츠, 공모청약 0%…자금조달 '난항' 예고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서 본 마천루 야경. (사진=노동호 사진가 제공)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인 다산리츠가 부산의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단 1주도 청약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산리츠는 지난 11~12일 이틀간 보통주 3500만주를 주당 1000원에 일반 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결과 전액 미청약으로 마감하며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지난해 8월 골든나래리츠가 당초 모집 예정금액의 62% 수준인 254억원을 일반 공모를 통해 조달한 것과 대조된다.

다산리츠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3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한 오피스빌딩 매입을 위한 중도금을 납입할 계획이었다. 다산리츠가 매입할 오피스빌딩 가격은 총 1000억원 규모. 회사측은 빌딩 매입을 완료한 상태가 아닌 만큼 해당 건물의 구체적인 공개를 꺼리고 있다.

리츠는 증시에 상장돼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로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한다. 부동산펀드와 달리 부동산투자회사법에 근거해 만든 투자회사로 회사채 발행 등 차입도 가능하다.

다산리츠 관계자는 "공모 방식이 실패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유상증자를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빌딩 매입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츠의 경우 담보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2개 이상 신용평가사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투자를 진행중인 단계로 아직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신용등급 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채권 발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자금 조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상증자를 실패하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반감돼 추가 증자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청약률 0%를 기록할 정도로 완패한 경우는 이례적인 일로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 리츠 관계자는 "청약률 '제로'는 사전 수요조사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증거"라며 "발행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도 투자자 모집 능력이 떨어진다는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