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머니 '썰물', 증시 급락 주범(상보)

그리스의 국가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프랑스의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확산되자 국내 증시에서 유로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그리스 지원에 잠정 합의하면서 위기는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불씨는 여전해 자칫 유로머니 엑소더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코스피지수는 1.42% 오른 1774.08로 상승 반전에 성공했지만 외국인들은 전날 7021억원에 이어 이날도 192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틀간 1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내다 판셈이다.

외국인 매도세는 유럽계가 주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럽계는 지난 14일에만 총 2700억원을 순매도해 가장 많은 주식을 처분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확산으로 신용경색을 우려한 유럽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영국인 13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룩셈브루크 1000억원, 케이만군도 500억원 순이었다. 소시에떼제너럴(SG), 크레이아그리꼴(CA) 등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프랑스도 461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도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미국도 680억원 가량을 내다 팔았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역시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에도 주식을 대거 순매도하며 증시쇼크를 야기한 바 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총 5조9245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중 70% 이상이 룩셈부르크(1조2629억원), 프랑스(1조894억원), 케이만아일랜드(1조117억원) 등 유럽계 자금이었다.

지난 8월말 현재 유럽계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110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전체 보유 시가총액의 1/3 수준이다. 따라서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이 심화될 경우 본격적인 엑소더스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팀장은 "국내 증시는 유럽계 자금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유로존의 재정위기 상황에 따라선 더 많은 자금이 이탈하고 증시 수급이 꼬일 수 있다"며 "하지만 중국 등 G20 주요 국가들이 유로존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자금동향은 향후 발표될 유로존과 미국 등지의 재정 안전방안 등 대책들에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