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공연]중년의 사랑···연극 '불 좀 꺼주세요'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년 전 연극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연극 '불 좀 꺼주세요'가 대학로로 돌아왔다.

이만희 작가(58·동국대 교수)와 강영걸 연출가(69) 콤비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정극에 목말랐던 연극 마니아들의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하며 지난 12일부터 대학로극장 무대에 올랐다.

20년 전 당시를 완벽히 재연한 무대가 놓인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1992년으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20년 전 출연배우들도 "공연을 보면서 그 때의 감동으로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불 좀 꺼주세요'는 첫사랑을 다시 만난 중년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이들은 서로를 원하면서도 현실의 벽에 의해 마음을 억누른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분신들이 함께 등장해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남녀 다역이 발 빠르게 장면을 전환하며 이 둘의 과거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연극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빠른 전개는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다양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다. 첫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한 관객에게는 추억을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는 연극.

강영걸 연출은 "20년 전에는 작품의 형식에 매여 많은 것을 뽑아내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나이를 먹은 만큼 더 새로운 각도로 작품을 분석했다"며 "형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이끌어가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20년 전 대학로의 연극계가 풍성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1992년의 소인이 찍혀있는 소장품(신문, 잡지, 도서 등)을 공연장에 가져가면 무료로 공연티켓을 제공한다. 이벤트는 이달 30일까지며, 미리 예약전화(02-929-8679) 후 공연장에 물건을 가져가면 된다.

92년도의 특별한 추억을 간직한 관객들에게는 추억도 되살리고 공연도 무료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당시의 공연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무대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leekangtheate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은 9월9일까지 대학로 극장.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