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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너진 황금의 제국이 남긴 폐허에서

머니투데이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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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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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너진 황금의 제국이 남긴 폐허에서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국내 금융계가 요동치고 있다. 영원히 빛날 것 같던 황금의 제국이 무너지는 순간은 너무나 허무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금융시장에 숨겨져 있던 다양한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노출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반복되는 신용사건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CP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완전판매의 이슈도 크다. 기업어음(CP)의 한계에 대해서는 시장과 금융당국이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차제에 CP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단기사채로의 신속한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판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규정에 근거해 처벌과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동양그룹사태와 관련해 사건의 하부구조의 개선에 대한 고민도 이제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사태는 동양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나 CP에 투자금을 날린 수많은 개인투자자를 양산했다. 무엇인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다. 회사채나 CP의 상품특성을 들여다보면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적합한 상품으로 보기 힘들다.

회사채나 CP는 발행규모가 크다. 그러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분산투자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이번 사태에서도 관찰되는 것처럼 특정기업에 소위 '몰빵투자'하는 패턴을 가진다.

유통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는 것도 이들 상품이 개인들의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하고 보유중인 상장주식을 시장가격에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채나 CP의 유통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하여 그 발전정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개인들을 위한 유통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준이다. 필요할 경우 팔고 나올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채권시장과 CP시장은 주로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굴러가는 시장이며 개인의 참여는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 우리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품에 대한 리테일시장이 큰 규모로 형성되어 있으며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부추긴다.

CP가 액면분할이 금지되어 있어 개인의 직접투자가 곤란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특전금전신탁을 통해 위법의 소지가 많은 CP쪼개기 방법까지 동원하여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를 유도한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회사채나 CP에 대한 투자는 기본적으로 간접투자의 방식이 바람직하다. 개인이 직접 회사채를 사들이는 방식보다는 공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대규모로 조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발행기업과 투자자 양쪽에 모두 득이 된다.

리테일시장에서의 수요를 펀드로 옮겨갈 수 있게 만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며 잘 운영된 회사채펀드의 중위험·중수익 구조가 위험한 몰빵투자보다 선호되는 투자문화의 정착이 절실하다.

동양그룹사태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이슈는 대그룹계열 증권사가 가지는 지배구조상의 문제점이다. 그룹의 이익과 투자자의 이익이 서로 반대방향일 때 증권사의 포지션은 어떠해야 할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증권사는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속성상 투자자가 외면하는 시장은 발전할 수 없으며 죽어가는 시장에서 증권사가 수익을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당연한 명제가 지배구조라는 현실상의 제약조건을 만날 때 항상 지켜지기는 힘들다는 사실이 이번의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하여 오는 10월 24일부터 계열사의 투자부적격 회사채와 CP의 판매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그룹계열 증권사에 대한 지배기업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매우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에 만연한 신용등급 인플레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계열사 증권의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그룹지배구조로 인한 이해상충의 최소화를 위한 개선작업이 필요하다.

위대한 황금의 제국이 무너져 이제는 폐허로 남았다. 그러나 검게 그을린 폐허에 새로운 풀들이 덥힐 때면 누군가는 또 새로운 제국의 꿈을 꿀 것이다. 새로이 올 제국은 예전의 것보다 나은 것이어야 한다. 시장의 환경과 투자문화를 바꾸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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