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면 IQ까지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특히 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IQ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머리도 주파수의 대역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에서 생각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어떤 한 가지 문제에 사로잡혀 골몰하다 보면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게 된다.


행동 경제학자인 센힐 물라이나단과 엘다 샤피르가 최근 출간한 '결핍: 왜 너무 적게 가진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란 책에는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우리의 두뇌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2가지 실험이 소개돼 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에게 자동차 수리비로 3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런 뒤 IQ 테스트를 실시했더니 부유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같은 사람들에게 자동차 수리비로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 뒤 IQ 테스트를 실시하자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IQ 결과가 현저히 떨어진 것. 자동차 수리비가 30만원 필요할 때는 비슷했던 IQ가 자동차 수리비가 300만원으로 올라가자 가난한 사람의 IQ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10∼12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차이는 잠을 푹 자고 난 사람들과 밤을 샌 사람들의 IQ 차이와 비슷하다.


이 실험 결과를 가지고 저자들은 우리 두뇌에도 대역폭이 있어 돈 걱정을 하면 다른 생각을 할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즉, 부자들에겐 30만원이나 300만원이나 깊이 생각할만한 돈이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겐 300만원이 매우 큰 돈이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란 해석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트레스가 사람의 의지력까지 낮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찰스 두히그가 지은 '습관의 힘'에 보면 의지력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 많이 쓰면 피로를 느끼게 된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던 마크 무레이븐의 실험 결과 쿠키가 있는 방에서 쿠키를 먹을 수 있었던 학생들과 쿠키 먹는 것이 금지됐던 학생들은 이후 치러진 퀴즈에서 점수 차이가 많이 났다.

쿠키를 먹지 못했던 학생들은 눈 앞에 달콤한 간식을 두고 먹지 않으려 의지력을 발휘했던 탓에 퀴즈를 풀 때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짜증을 내거나 불평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바람을 많이 피우는 이유는 하루 종일 고도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의지력이 소진돼 밤에는 쉽게 혼외정사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결국 돈이 없어 많은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면 다른 곳에 사용할 의지력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과도하게 많은 담배를 피우는 등 자제력이 떨어지는 성향을 보이는 이유도 어쩌면 돈에 대한 스트레스때문일 수 있다. 결국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나쁜 결정을 내리게 하고 IQ를 떨어뜨리며 사람의 의지력마저 바닥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도, 가난해도 돈에 대한 스트레스, 결핍으로 인한 의지력 소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일단 수입이 들어오면 일정 정도의 돈을 자동이체시켜 여유 자금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여유돈이 있으면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둘째는 의지력을 키우는 것이다.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많이 쓰면 피곤해지지만 근육을 키우듯 강화할 수도 있다. 의지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한 가지에 집중해 작은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자신의 식생활에 대해 일기를 쓰거나 가계부를 쓰는 등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무엇이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면 다른 분야까지 효과가 확산되며 의지력 근육이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