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과 주식시장, 2월에는 따로 놀까?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연초이후 외환시장의 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환율이 주가의 부담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안정이 선행되지 못한다면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1월이 다 지나기도 전에 외환시장의 등락은 서로 상이한 이유로 등락이 반복되며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연초 외환시장의 우려는 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인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 문제였다. 엔화는 달러당 105엔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약세 행진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중 전격 시행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변함없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대비되며 통화정책간의 차이가 엔화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한국 원화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2013년 무역흑자와 경상흑자를 바탕으로 가치가 상승, 달러당 1050원을 깨고 내려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따라서 100엔당 원화 환율도 1000원이 붕괴되며 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 훼손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며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어 등장한 외환시장의 기조는 테이퍼링으로 인한 달러 강세 현상이다. 12월에 이어 1월 중에도 추가적인 테이퍼링, 즉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가 추가로 감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정책변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던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며 1060원대의 안정적인 등락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 월말 중국 PMI지수의 예상외 부진 소식이 겹쳐지며 신흥국 통화의 취약성이 부각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수준만 감안할 경우 외환시장의 등락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더라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 연말 1049.8원에서 1070원대로 상승한 반면 엔/달러 환율은 105.3엔에서 103엔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제품과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화 약세, 원화 강세에 따른 주식시장의 부담은 1월 초에 소멸돼야 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과 신흥국의 취약성이 부각되는 형태는 지난해 5월 출구전략이 처음 언급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과 유사한 모습으로 반영되고 있다.

설연휴 기간 미국의 FOMC회의와 주요 경기지표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2월 이후 금융시장의 혼란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FOMC회의가 될 전망이다. 테이퍼링의 강화, 즉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규모가 다시 축소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연내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이 중단되는 일정을 감안한다면 매입규모 조정은 언제라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회의가 버냉키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민감한 의사결정은 3월 회의로 미뤄질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책결정의 구체적인 형태와 무관하게 시장의 반응은 이미 연내 자산매입 중단이라는 중장기적인 흐름을 가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단기적인 변화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물론 전격적인 테이퍼링 강화와 이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이후 혼란에서도 확인했듯 경상수지를 기반으로 취약한 국가의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한국과 같이 경상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가의 경우는 자금 이동에 있어 상대적인 중립성을 확인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월에는 외환시장의 혼란이 주식시장으로 증폭돼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혼란이 수습되어가면서 2월 이후 주식시장의 반응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