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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김치가 얼어요" "짜게 담가 보세요"

머니투데이
  •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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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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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불신의 시대

작년에 구입한 우리집 냉장고에는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구입 당시 판매사원은 이 제품이 정식 김치냉장고는 아니지만 온도 조절 버튼만 조작하면 김치를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사은품으로 김치를 담을 용기도 줬다. 덕분에 기존에 썼던 구형 김치냉장고는 집에서 나갔다.

그런데 김치가 자꾸 언다. 해당 서비스센터에 문의를 해 보니 '일반 냉장고이니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고객님, 담부터는 김치를 좀 더 짜게 담가보세요. 간이 싱거워서 얼었을 수 있습니다"라며 '생활의 지혜'도 덤으로 알려줬다.


해당 모델이 출시될 당시 업체의 보도자료를 찾아보면 김치까지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입맛이 썼다. 전자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앞으로 가전제품 출시 기사 작성 시 더욱 꼼꼼하게 내용을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기업, 특히 대기업이나 해외 유명 기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유명한 기업은 고객을 속일 리 없다'는 막연한 믿음은 그동안 마케팅 용어로 '브랜드 로열티'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지속돼 왔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이같은 '신뢰'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행위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업들은 이같은 '룰'을 깨뜨리고 있다.

A씨는 3년 전 한 업체의 디젤 승용차를 구입했다. 당시 그 브랜드에 높은 신뢰감을 느꼈다. 그동안 수십 년간 신뢰할 만한 차량을 만들어 온 세계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을 경험해 보지 못해 주저했다. 하지만 '디젤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옛 이야기'라는 회사측 설명에 마음이 움직였다. 연비가 좋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에 앞서 염두에 뒀던 가솔린 모델 대신 디젤 차량을 골랐다. 비용도 물론 더 내야 했다.

요즘 그는 마음이 불편하다. 그토록 자랑했던 '클린 디젤'이 업체가 지어낸 '허구'였다는 사실에 화가 치솟는다. 이 업체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판매가 급감하자, '파격 할인'이라는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는 중이다. 중고차 가격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기존 고객들에게 아무런 보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B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를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는 첫 아이 출산 후 방에 가습기를 새로 들여놨다.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육아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퇴근 후 '가습기 물당번'을 맡았다. 마트에서 우연히 가습기 살균제를 접한 그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인 만큼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그는 가습기 물을 채울 때면 뚜껑 한 컵 분량의 가습기 살균제를 넣었다. 배우자에게도 살균제 넣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이후 이사 과정에서 제품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사용도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라도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팩트'를 다시 한번 의심하고 따져봐야 하는 '불신의 시대'가 왔다. 신뢰는 사회 구성원 일부의 일탈로 깨진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나쁜 기업'들의 거짓말에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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