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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애 담는 캐리어?"…출산·피임 캠페인 속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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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팀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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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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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반복되는 공익광고 속 성차별…출산·피임 주체인 여성 배려는 '부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총선 투표 독려 광고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화장품 편'./사진=광고 영상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대 총선 투표 독려 광고 '설현의 아름다운 고백-화장품 편'./사진=광고 영상 캡처
"여성은 애 담는 캐리어?"…출산·피임 캠페인 속 '성차별'
"영양, 보습, 탄력, 윤기. 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총선 투표 독려 광고가 여성을 외모에만 신경 쓰는 '개념 없는 시민'으로 묘사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광고를 내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공익광고의 성차별적인 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임산부는 애 낳아주는 도구일 뿐?
여자 아이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고 직장에서는 상사로부터 일찍 퇴근하라는 배려를 받는다. 아이는 "오늘도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잠시 후 아이는 임신한 여성으로 바뀌고 "엄마가 되는 기쁨, 모두의 배려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아기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보건복지부 공익광고다. 이 영상은 임신한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을 담았지만 많은 여성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보건복지부 저출산 공익광고 '아기의 마음' 편./사진=광고 영상 캡처
보건복지부 저출산 공익광고 '아기의 마음' 편./사진=광고 영상 캡처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임산부의 위치에 아기를 놓았다"며 "차라리 엄마와 아기가 둘 다 나왔다면 이해하겠지만 임산부가 힘든 것은 외면하고 뱃속의 아이 때문에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라에서 여성을 애 담는 캐리어 취급한다"며 분노했다. 정책이 아니라 단순히 시민들의 호의와 배려만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메시지 자체가 안일한 시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광고를 만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아기가 배려받는 것으로 표현된 것은 크리에이티브적인 면을 강조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전길양 부장은 "올바른 정보를 주고 인식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공익광고인데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면 목적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 '핑크카펫'./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 '핑크카펫'./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임산부 배려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인 '핑크카펫'에는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 누리꾼은 "'임신부를 배려하는 건 동의하기 힘들어도 태아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할 당시 일부 시민들이 반감을 표현할 것이 우려돼 완곡하게 표현했던 것"이라며 "임산부 배려석이 잘 정착돼 올해는 좀 더 직접적으로 양보를 권하는 문구를 1, 4호선과 3호선 일부에 '이 자리는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고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성차별적 광고·홍보물이 계속되는 것은 그것을 만들고 허가하는 사람들에게 성평등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라며 "욕설, 폭력 등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여성, 소수자 차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2015년 헌혈공모전 우수상인 '여자는 빨간색'./사진=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대한적십자사 2015년 헌혈공모전 우수상인 '여자는 빨간색'./사진=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한심한 존재로 전락한 여성…"봉사보단 외모", "피임도 여자의 몫"
여성이 사회적인 관심보다 자신의 외모만을 가꾸고, 피임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공익광고도 있었다.

'여자의 빨간색은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라는 문구는 2015년 대한적십자사 헌혈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공모전을 주최한 대한적십자사는 "겉모습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헌혈을 통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여자가 하는 것들을 사치로 여겨지게 하는 광고를 내야만 헌혈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주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공익광고라고 올리면서 누굴 돕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성은 빈혈, 저혈압, 체중 부족 등으로 헌혈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고 약 1주에 달하는 생리기간 동안은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헌혈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지적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여성 헌혈자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기도 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피임 캠페인 포스터./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2014년 보건복지부 피임 캠페인 포스터./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2년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핸드백과 쇼핑백을 잔뜩 든 남성 옆에서 한 여성이 빈손으로 있는 모습과 함께 "다 맡겨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 피임은 셀프입니다"라는 문구의 포스터를 제작해 뭇매를 맞았다.

이는 피임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의미로 읽혀 크게 논란이 됐다. 더불어 여성이 피임을 비롯한 모든 것을 남성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그려져 여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해당 광고는 성별영향분석평가 교육을 할 때 제시되는 잘못된 광고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엄 실장은 "공익광고·홍보물에서 성차별이 반복되는 건 제작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양성평등정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에 광고 홍보물의 성평등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광고 대부분이 외주제작이라 제작이 끝난 후에는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완성본에 대해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제작사에 미리 공지하면 조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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