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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으라는 국가, 미혼모 아이 양육에는 곳곳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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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 기자
  •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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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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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죄와 벌②]일정 소득 있다면, 아이가 14세 이상이라면… 미혼모 양육비는 '뚝'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신체건장한 여성의 낙태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낙태는 현행법 위반이다. 하지만 출산 역시 선택하기 어려운 답이다. 특히 미혼 여성은 낙인이 찍혀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장기 공백을 마무리하고 완전체를 이룬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낙태죄 이슈와 직결되는 미혼모 문제를 조명해 사법부의 판단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우리 사회 현실을 짚어봤다.
"낳으라는 국가, 미혼모 아이 양육에는 곳곳 허점"
혜영씨(30, 가명)는 올 6월 인천에 있는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개 두 마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 하영(1, 가명)이를 출산했다. 급한 대로 피가 낭자한 방을 닦고 몸을 추스른 후 혜영씨는 119 대신 한국미혼모가족네트워크에 전화를 해 도움을 구했다.

혜영씨를 도우러 온 복지사, 각종 단체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예방 접종도 맞지 않은 채 방치된 아이의 건강을 염려했다. 결국 하영이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여름 어느 날 폐렴에 걸렸다. 급히 미혼모지원 연계병원인 길병원에 데려갔더니 5일 입원·치료에 390만원이 청구됐다.

길병원이 10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줬지만 나머지 290만원은 모두 혜영씨 몫이었다.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의료보험 적용이 불가능했다. 혜영씨를 돕던 미혼모지원단체 '킹메이커'는 일단 이를 대납한 후 하영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영이가 태어나는 걸 본 사람이 없어 친자확인을 받아 출생증명확인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결국 킹메이커는 2개월 동안 법원과 씨름하며 매번 수백 장이 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친자확인 검사비용 30만원 등 잡다하게 드는 돈을 지원받기 위해 여러 기관에 발품을 팔고 혜영씨의 딱한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킹메이커의 몫이었다.

낙태는 법적 문제면서 동시에 현실적 문제다. 아이를 가지면 낳도록 법이 강제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일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다. 특히 아이를 혼자 길러야 하는 미혼모에게 육아는 잔혹하기까지 하다.

많은 미혼모들은 국가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아이를 낳아 충분히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 안에 있는 아이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데는 무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전국에 129개소뿐이다. 동시에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시설의 경우 직원은 최소인원으로 돌아간다. 서울 송파구 미혼모보호시설 '도담하우스'의 허진호 시설장은 "숙식을 제공하는 생활시설은 하루 24시간 365일 돌아간다"며 "응급상황은 밤에 주로 일어나지만 인력은 원장·국장·사회복지사·간호사 등 딱 1명뿐이라 누구 하나 쉴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미혼모가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양육비를 받기도 쉽지 않다. 혜영씨의 사례처럼 출생신고부터 진행되는 각종 행정절차들부터 발목을 잡는다.

특히 어린 미혼모들에게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청소년 미혼모는 관련 서류에 써 있는 단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한부모가족으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중위소득 52%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중위소득 52%는 약 148만원이다. 올해 월 최저임금이 157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정도의 소득만 있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 아동양육비를 받아왔더라도 아이가 만 14세 이상이 되는 순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희주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중위소득 52%인 148만원은 너무 낮은 기준이라 미혼모들이 지원을 받기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말 도움이 필요한 미혼모들이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30대 미만 미혼모가 전체의 21%(2017년 기준)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대책도 부실하다. 이들은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학업이나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4년 자료)에 따르면 아이를 양육하고 있거나 양육할 계획이 있는 청소년 한 부모 중 72%는 아이를 갖게 되면 학업을 중단한다는 조사도 있다. 양육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아이를 낳게 되면 사회 바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희주 교수는 "만 24세 이하 부모에게 추가 양육비 월 5만원을 지원하는 것 말고는 어린 미혼모를 위한 특별한 정책이 없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양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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