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내년 성장률 '2.6~2.7%'로 또 하향…수출 증가율 '반토막'

정부가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201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저조한 상황에서 수출 증가율마저 둔화되고 있어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하는 것도 힘에 벅차다고 자인했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투자 활성화정책을 펴 성장세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똑같이 2.6∼2.7%로 제시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2012년 2.3%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인데, 이마저도 하회한다.


정부도 '경기둔화'를 인정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 작성 실무를 총괄한 고형권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은에서 잠재성장률를 대략 2.8%로 보는데, 그보다 성장 전망치가 약간 낮다고 해서 '경기침체'는 아니다"면서도 "'경기 둔화'라는 표현은 대개 성장 수준이 그 전 시점에 비해 낮아질 때 쓰는데, 거기에 유사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좋지 않자 지난 6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에 6개월여만에 다시 낮춰잡은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도 6개월 전 2.8%로 전망했는데, 역시 이번에 내려잡았다.

정부가 성장율 전망치를 단일 숫자가 아니라 '범위'로 제시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도규상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4분기 성장률이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라며 "과거 사례도 보면 4분기 숫자 변동폭이 크고, 내년 성장률은 올해 숫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3분기 우리 경제는 각각 전분기대비 1.0%, 0.6%, 0.6% 성장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0.84∼1.21%가 돼야 한다.

정부는 내년 설비 투자는 좋아지겠지만 건설투자는 계속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는 2.8%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1.0%,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년은 민간소비가 2.7%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1.0%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2.0% 줄어들겠다고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투자 활성화, 복지지출 확대 등 정책 효과가 성장세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전 차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민간과, 공기업, 정부 등 모든 부분에서 투자활성화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실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 폭을 10만 명으로 잡았다. 1년 전에 예상한 32만명은 물론 6개월 전 예상한 18만 명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올해 1~11월 취업자는 월평균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3000 명 증가했는데, 증가폭은 작년 연간 31만6000 명의 3분의1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고용 사정은 올해보다 다소 호전돼 취업자 증가폭이 15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올해 15~64세 고용률은 66.7%로, 지난해 66.6%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고용률은 66.8%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함에도 투자와 일자리 확대 노력 등으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경기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상반기 재정 집행을 역대 최고 수준인 61% 로 늘릴 계획이다. 일자리 예산은 65%를,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59.8%를 상반기에 집행한다.

내년 경상수지는 세계 교역 둔화와 통상마찰 등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흑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740억달러, 내년 640억달러로 각각 잡았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12.17.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내년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겠지만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우리 경제와 밀접한 주요국의 성장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마찰이 심해지고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 요인이 가계부채 등과 맞물릴 경우 한계가구나 기업 등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수출은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연간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 6.1%의 절반 수준이다. 수입은 올해 12.%%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 하락으로 내년엔 4.2%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1.6%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하락하겠지만 농축수산물, 서비스요금 오름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예상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올해 70달러, 내년 65달러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