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지자체와 1600억 취득세 소송전 승소

자산운용업계가 16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 취득세 감면 여부를 놓고 4년간 지방자치단체와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승기를 잡았다. KB자산운용이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유사한 소송을 앞둔 다른 운용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운용사는 이미 세금을 환급받아 투자자 수익률 증대로 이어지게 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지난달 29일 서울시를 상대로 낸 부동산펀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2014년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후 4년 만이다.


30개 운용사가 각 지자체와 부동산펀드 취득세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첫 대법원 판결이라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각 운용사가 1, 2심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다른 소송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관련 소송에 걸린 세금 규모는 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소송은 일부 기초지자체가 그동안 감면해준 부동산펀드의 취득세를 추징하면서 촉발됐다. 지자체는 부동산펀드가 주택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2014년까지 부동산 취득세 4.6% 중 50%(2001년~2009년)를, 이후 2014년까지는 30%를 각각 감면해줬다.

하지만 2015년 일부 지자체가 금융당국에 펀드를 등록하기 전에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는 세제 감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그동안 깍아준 세금 추징에 나섰다. 펀드 등록 절차가 끝난 뒤에 부동산을 매입해야 세제 감면 대상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각 운용사가 불복하고 지자체를 상대로 세금 부과 취소 소송을 진행했다.


운용사별로 1~2건, 총 100여 건의 재판이 동시다발로 진행된 1심에선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렸는데 2심 첫 판결에서는 운용업계가 승소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가 사후등록제로 바뀌면서 '등록' 절차가 더 이상 펀드의 설정 요건이 아니라는 점에 근거한 판결이다.

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의 대법원 판결 승소로 이후 진행될 유사 소송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다. 상급 재판에서 쟁점에 대한 판단을 내렸으니 하급 재판 역시 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환급 가산금(과다하게 환급한 세액에 가산금을 징수하는 것)이 불어날 것을 우려해 대법원 판결후 추징 세금을 운용사에 돌려줬다. 운용사는 세금과 관련한 추가 비용에 따른 투자자와 마찰을 피할 수 있게 됐고 환급금으로 펀드 수익률 상승효과도 기대했다.

KB자산운용을 대리해 재판에 나선 법무법인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던 하급 재판의 선고 기일이 속속 잡히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는 세액을 돌려준 곳도 있는데 내년 3월 이전에는 소송과 더불어 세액 환급까지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장기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고생했던 투자자에게 늦게나마 감면 혜택이 돌아가서 다행"이라며 부동산 펀드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