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딜 브렉시트' 대비책 비밀리에 추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FPBBNews=뉴스1

영국 정부가 비밀리에 '노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대비책을 추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은 영국 국무조정실, 국제통상부, 산업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등 각 정부 부처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애프터'(Project After)라는 이름의 경기부양책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프로젝트 애프터는 지난 몇 주간 장관회의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그동안 영국 시민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애프터는 노딜 브렉시트 발생시 영국 기업들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대비책이다. 관세 인하, 세금 감면 등의 급진적인 정책은 물론 수출 지원 등의 일반적인 정책들도 포함돼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프로젝트 애프터를 놓고 "경제가 무너진 최악의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나열한 목록"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노동·투자 규제완화를 통해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싱가포르'식 노딜 대비책을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과 EU는 "영국을 조세피난처로 만드는 것은 영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들은 규제완화가 아닌 다른 경기부양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특히 감세정책 등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들을 재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 사업은 당초 국제통상부가 2년 전 처음 제안했다.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앙정부가 직접 운영에 나서며 급격히 확대됐다. 국무조정실의 고위급 인사인 마크 세드윌의 주도 아래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결국 각 정부 부처와 협업하게 되면서 현 상태에 이르게 됐다.

영국 싱크탱크인 정부연구소의 조 오언 부소장은 "국무조정실 고위급 인사인 세드윌이 이 사업을 주도한다는 것은 메이 총리가 이를 (자신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프로젝트 애프터는 사실상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세계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