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독립 화신'서 37년 철권 통치 무가베 사망(종합)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아프리카 남부 국가 짐바브웨를 장장 37년간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향년 95세로 사망했다. 그는 생전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힌다.

BBC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무가베 전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영국 식민지 시절 짐바브웨에서 '해방의 아이콘'이었지만, 1980년 독립 이후엔 권력의 화신으로 돌변했다. 2017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하기 전까지 세계 최장수 독재자로 군림했다.

NYT는 무가베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신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짐바브웨를 통치하리라 믿는 인물이었다고 회고했다. 2016년 아프리카연합(AU) 연설에서 그는 "신이 나를 부를 때까지 (짐바브웨를) 계속 이끌겠다"고 발언했었다.

93번째 생일을 맞은 2017년엔 국영방송에 출연해 "국민이 나의 출마를 원한다"면서 2018년 대선에 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다.


그는 2017년 11월 군부가 정권을 탈취한 뒤에도 물러나지 않고 버텼으나, 의회에서 정식 탄핵 절차를 개시하자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아흔이 넘어 노쇠한 그는 질병 앞에 무너졌다. 건강이 악화된 그는 지난 4월부터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그가 앓았던 질병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버트 무가베는 1980년 총리에 오른 뒤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당시 주석과 만났다. © 유튜브 캡처

독재 시절 무가베 전 대통령은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이 이끌던 독립운동 조직 짐바브웨 아프리카민족연맹(ZANU)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다.

1980년 독립 후에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당시 주석과 만났다. 각료들에게 김일성 연설문을 읽도록 지시하는 등 북한의 주체사상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북한과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들리자 이웃나라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해방 전사이자 식민주의에 대항한 아프리카 투사의 서거를 애도한다"면서 추모의 뜻을 밝혔다.

비(非) 아프리카권 국가 가운데선 중국이 먼저 예의를 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무가베 전 대통령은 짐바브웨의 뛰어난 해방운동 지도자였으며, 외국의 간섭에 반대했고 중국과 좋은 협력을 증진시켰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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