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면접에 도전했다... 거짓말이 딱 걸렸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기자가 AI면접을 진행 중이다./사진=김근희 기자

AI(인공지능) 면접을 지원한 건 호기심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AI로부터 면접을 ‘당한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조금의 반발심도 있었다. 신입사원 AI 면접을 시행한다는 한 제약사에 부탁해 기자가 AI 면접을 직접 체험해봤다. 마케팅직이었다.

면접장소로 선택한 곳은 집. AI면접은 카메라가 내장된 노트북, 마이크가 달린 이어폰, 마우스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가족들이 잠든 밤 10시에 방에서 AI면접을 시작했다. AI의 지시에 따라 카메라에 얼굴을 요리조리 비췄다. AI는 얼굴형태, 근육 등을 인식해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방지한다.

시작은 자기소개였다. AI면접관은 친절했다. 질문에 대답을 하기 전 생각하는 시간을 30초나 줬다. 답변은 90초 이내에 차분히 하면 된다. 이후 직무를 선택한 동기, 장단점 등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답변을 준비했을 기본적인 질문이 나왔다. AI면접 개발사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지원자가 답변하는 동안 AI는 안면 움직임, 표정 변화, 목소리톤, 크기 변화, 속도 등을 통해 자신감, 안정감 등을 확인한다.

답변을 마치면 ‘성향파악’ 단계로 넘어간다. “경쟁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 같은 질문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 등의 답변을 클릭하면 된다. 이쯤 되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체험이라지만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살짝 착한 척하며 답을 했다.

다음 단계인 ‘상황대처’ 질문은 일종의 상황극이었다. “버스를 급하게 탔는데 지갑이 없다. 그런데 버스는 이미 출발했다. 버스기사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약간 당황했지만 질문이 신선해 재미있었다. 슬그머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전략게임’ 단계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전략게임은 감정 맞히기, 도형 위치 기억하기, 카드 뒤집기 등을 시간 안에 푸는 것이다. 게임은 빠르게 진행됐다. 잠깐 딴생각을 하면 끝이었다. 도형 위치 기억하기 게임은 너무 어려워 결국 찍었다. 줄어드는 제한시간과 빠르게 넘어가는 문제들을 보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런 나를 뽑아준 현재 회사에 감사했다.

전략게임이 끝난 후 AI가 성향파악과 전략게임을 분석해 나에게 맞는 맞춤형 질문을 했다. 그렇게 60분간의 AI면접이 끝났다.

결과는 처참했다. ‘비추천’이 떴고 전체 평균점수는 A, B, C, D 중 최하인 D(매우 미흡). 전략게임을 망쳐 안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마이다스아이티의 분석은 달랐다. 성과역량 B, 성장역량 A, 관찰 특성 A 등 역량점수는 높았다.

문제는 성향파악 검사였다. 몇몇 질문에 솔직하지 못한 답변을 했는데 함정질문에 걸린 것이다. 이 때문에 AI는 면접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최종점수는 D가 나왔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합격하고 싶은 마음에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성향파악 답변을 속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잡아내기 위해 함정질문과 지원자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전략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전략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지원자의 의사결정 유형과 정보활용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면접, 성향파악, 전략게임 등을 통해 나온 지원자의 특성이 회사가 원하는 특성과 부합하면 ‘추천’이 뜨고 그렇지 않으면 ‘비추천’이 뜬다. AI면접학원, 전략서 등이 실제 AI면접에서 무용지물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AI면접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기업 모두 AI면접 결과를 참고하면서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를 종합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AI면접을 진행한 제약사 인사팀 관계자는 “AI면접 결과를 참고하면 지원자들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1년 정도 AI면접을 실시한 결과 지원자들과 채용담당자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