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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는 어떻게 '게이트'를 통과했을까[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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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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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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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연구교수에 대한 검찰고발을 취소한 14일 오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연구교수에 대한 검찰고발을 취소한 14일 오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임미리는 왜 ‘게이트’에 걸리지 않았을까.

30년 가까이 언론사에 몸 담고, 또 그 절반 가까이를 이른바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을 업으로 하는 데스크로서 밥벌이 해온 입장에서 든 생각이다. 임미리 고려대연구교수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그의 성향이나 경향신문에 쓴 칼럼 내용이 관심사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대표 명의로 그의 칼럼을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소하는 걸 보면서 순전히 언론쟁이로서 든 직업적 궁금증이다.

신문사(언론사) 입장에서 외부기고는 내부 기자들의 기사 못지 않게 비중이 큰 컨텐츠다. 잘 고른 기고자 하나 열 기자 안부럽다. 좋은 기고는 손님을 끄는 힘이 있다. 신문사의 품격과 관심사 지향점을 보여주고, 은근히 오피니언 리더 소집 파워를 과시하는 효과까지 덤이다. 기고료도 얼마 안돼 가성비도 좋다. 이전에 신문 말고는 의견을 실을 공간이 없던 시절, ‘실어주는 것만도 고맙다'는 수요공급자 간의 묵시적 합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외부 기고문은 오피니언 담당 기자가 전달받아 기사 집배신 시스템에 올리고 담당 데스크의 검토를 거쳐 실리게 되는게 통상적인 프로세스다. 컬럼 내용을 기자나 데스크가 직접 손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문제’가 있어 보이는 원고는 기자나 데스크 선에서 수정 보완 요청을 하기도 하고, 가독성을 감안해 제목이나 표현을 바꾸고 분량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 정도 '선'을 넘어서면 편집국장에게 보고가 된다. 더 쎄게 수정 요청을 할지, 아예 게재하지 않을지는 최종 게이트인 편집국장 책임이다(워터게이트같은 사건 보더라도 실제 언론사의 최종 게이트는 사장 회장이지만, 통상적으로는 편집국장이라는 말이다).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기고 말미에 싣는 경우도 있다. 이 문구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모 언론사 지면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면피용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외부 기고자는 본지 편집방향에 따라 선정한다'가 맞는 말이다. 편집방향과 정 다르면 안 내보낸다.

칼럼이 편집방향과 어긋나거나 수준이 낮아서 골치를 썩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언론사는 고정 필자를 선정하거나 바꾸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어떤 사람이고, 글 솜씨는 어떤지 등에 대한 평판조회를 거치고, 담당 분야나 성향에 대한 균형도 맞춘다. 이것 저것 따지다 보니 시중에 글 쓰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글을 청할 인재는 드물다.

그래서 만만한게 교수다(결코 만만하지 않는 많은 저의 지인분들께는 죄송). 기업 사이외사, 무슨무슨 위원회 위원 같은 자리 하나 꿰차지 못한 교수는 팔불출이듯이, 언론사 필진도 교수가 많다.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 ‘교수’직함이 주는 신뢰와 권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교수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도 타이틀은 교수로 달고 나가는 수도 많다.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외에 외래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대우교수 특임교수 객원교수 연구교수 강의전담교수 산학협력전담교수…종류가 정말 많다.

임미리 연구교수는 '정동칼럼'이라는 코너의 고정 기고자인듯 하다. 그의 글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새로운 팩트나 논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화끈한 끝마무리에서 사달이 났다

나라면 그 글을 싣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나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에 따라 느끼는 ‘감정’과 언론사 책임자로서 갖는 판단기준은 다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신경을 더 날카롭게 세우고,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특별히 내가 준법정신이 강해서라거나, 경제 미디어에 몸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선거법 8조의 '공정보도 의무'는 실효성과 강제성을 갖기 때문이다. 내외부 필자가 '지나치게, 사실을 왜곡해서, 의도를 가지고' 개인의 이해를 글에 담는 시도도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개인의 이해나 견해로부터 완전히 중립적인 글은 있을 수 없다).
몸 담고 있는 언론사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공문을 숱하게 받고 정당이나 정당인으로부터 고소고발 당하는 일을 선거 때마다 반복하다 보면 신경을 안쓸래야 안쓸수 없다.

나라면 혹 그 옆에 ‘자유한국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섭외해서 같이 배치했을 것이다. 교묘한 기계적 중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범법'에 따른 불필요한 뒷일들을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만 빼고' vs '자유한국당만 빼고' 쌍 칼럼을 실을 경우 각각 별개로 두 건의 실정법 위반이 될 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불공정하다는 의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최소한 ‘민주당만 빼고 찍자’는, 명확한 선거 프레이즈는 고치자고 필자에게 요청했을 것이다.
혹자는 임미리교수가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였고, 안철수 전대표 싱크탱크에 관여했다는 점을 들어서 그걸 밝히고 게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지만 '고려대 연구 교수, 전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 안철수 지인' 이렇게 바이라인을 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언론사가 선정한 필자의 '과거'는 독자의 탐구 영역이다.

기사나 기고를 수정하거나 내보내지 않는데 대한 비판이나 내부반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게이트키퍼의 할 일이고 그 '판단'을 내리는 일로 월급을 받는 것이다.
기자가 기사를 쓴 대로, 외부기고자가 쓴 대로 그대로 나간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게시판이다. 정치권이나 광고주 같은 외부의 ‘압력’에 따라 콘텐츠를 칼질하는 건 수치스런 치팅(Cheating)이지만 편집방향에 따라 기사를 내보내고 안 내보내고는 게이트키핑이다.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임씨의 칼럼이 나가게 됐다면 그 조직 시스템을 검토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세 단계, 편집-교열 기자와 데스크까지 합하면 7단계를 거치는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그랬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게 아니고, 편집방향에 비춰 봤을 때 실정법 위반 위험을 감안하고서라도 칼럼을 게재했다면 이는 존중해 줄 일이다. 칼럼 내용이나 그 회사의 편집방향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고 이해당사자 및 관련자들의 대응과 책임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관련자(?)중의 하나인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 심의위원회는 해당 칼럼을 자체적으로 검토,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앞으로 주의하라는) '권고'결정을 내렸다. 전례나 경험에 비춰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공이 그리로 넘어 갈 것이다. 아주 조그만 사안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선관위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이면 쉴 새 없이 고발고소가 이어진다. 선거승리를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선 노골적인 낙선격문이 신문지면에 실린 데 대해 현행법상 문제점을 들고 나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진보언론’으로 분류돼 온 경향신문에 이런 글이 실린게 더 못마땅 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것은 정치적으로는 '전략적 실수'다. 일반당원이나 '시민단체'이름으로 고발했으면 뽄새를 구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격에도 맞았을 터이다, 이대표나 최고위원들도 고발 사실을 몰랐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정작 게이트키핑에 실패한 건 이 동네인것 같다.
그나마 빨리 취하한게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내가 임미리다, 나도 고발하라'는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입과 이름으로 먹고 사는 입장에선 임미리씨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여당의 탄압'이라는 야권이나 정부 비판 진영의 공격도 선거에 임하는 당연한 정치행위이다.
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는 이와는 차원을 달리 접근해야 한다. 이 참에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옥죄고 있는 선거법을 개비해야 한다는 게 논쟁의 주제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초법적 자유'를 주장할 게 아니라 '합법적 자유'를 확대하자고 말하는게 이성적인 언론이다.

공직자 선거법 8조 같은 조항을 재검토해서 언론이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내외부 기고 등을 통해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사실과 주장의 경계선이 지켜지고 보도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이 엄중하게 물어진다면, 언론으로서도 좀 더 솔직하게 독자들에게 주장을 전달하고 독자들도 판단의 기준을 보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처럼 언론이 공개적으로 후보지지 혹은 중립을 선언하면 독자들도 그 신문 성향을 감안해서 읽을 것이다. 우리처럼 근엄하게 '절대선'이나 '중립'을 표방하면서 사실상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의심을 받을 일은 적어질 것이다.

불법과 타락이 판쳐 온 선거판을 정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들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선거법은 지나치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 특히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더 그렇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전과자 양성 행사'가 되고, 국민의 선택에 대한 최종 판단을 검찰이나 사법부의 손에 맡기는 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번 선거 전에 법이 고쳐질 수는 없겠지만, 선거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확산시킨 계기가 된다면 '임미리 사건'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래통합당만 빼고, 미래한국당도 빼고' 이런 슬로건과 해쉬태그를 단 글들도 각종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등장할 것이다. 언론이나 관련 기관이 똑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창간시절부터 고수해온 슬로건은 'Fit to Print' 즉, 싣기에 적합한가 이다.
'업자'로서 보자면, 임미리 칼럼은 현행법과 관례상 'Not Fit to Print'라는게 결론.
'Fit to Print'에 대한 법적 잣대를 완화해 솔직하게 까놓고 쓰자는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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