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건' 수사팀 보강 거절한 추미애, 왜?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의 검사 파견 요청이 법무부에서 가로막혔다. 검사 파견 인사권을 가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직접 반대안에 결재한 것으로 알려져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한번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최근 대검찰청에 검사 2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지휘부서인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사건의 규모와 업무량 등을 고려해 파견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일선 청과 조율을 거쳐 파견 대상자를 선발해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령인 검찰근무 규칙에 따라 1개월을 초과하는 검사 직무대리의 경우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검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미 대검에서 한차례 조율을 거쳐 파견을 요청했지만 퇴짜를 놓은 것이다.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의 파견 요청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인만큼 시간을 갖고 조금 더 지켜보자"며 대검의 파견 요청을 반려했다. 수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인력 보강은 꺼려한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라임 사건을 맡은 것은 지난 1월말 검찰직제개편 이후부터 약 2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라임 사건을 강도높게 수사하려는 윤 총장과 검찰 수사의 비대화를 막으려는 추 장관이 또다시 부딪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초 서울남부지검에 검사를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검찰직제개편으로 인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해체돼 증권범죄 수사동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윤 총장은 금융범죄 등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을 파견해 수사팀을 보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라임 사건이나 신라젠 같은 서민다중피해가 발생한 범죄 수사에 빈틈이 없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추 장관의 판단은 달랐다. 대검이 이미 각 청 간부들과 협의를 마쳤음에도 별도의 의견수렴을 통해 대검과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검사 직무대리 파견의 최종 결재권자가 법무부장관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이번에도 추 장관이 직접 결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법무부 검찰국에서 일했던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에서 파견 요청이 오면 검찰국에서 또 한번 검증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장관의 인사권을 검찰총장이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검에서 아무리 파견 필요성을 요청해도 법무부에서 한번 더 사건의 중대성이나 규모 등을 살펴보고 해당 청의 의견을 듣는다"고 했다. 또 "대검의 요청을 그대로 장관에게 전달하면 자칫 장관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가 있어 상당히 주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이번 결정이 검찰 수사 비대화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 장관은 지난 1월10일 대검에 "비직제 수사조직의 경우 시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검찰이 세월호 특별수사단처럼 사회적 이목이 쏠리거나 중요한 사건에 대한 별도의 수사팀을 만들던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검찰국 출신의 현직 검사는 "검찰의 수사 비대화를 우려하는 추 장관이 라임 사건으로 인해 서울남부지검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몰리자 별도의 수사팀으로 진화할까 두려워 더이상의 검사 파견을 승인해주지 않는 것 같다"며 "이미 4명의 검사를 파견한 것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검의 파견 요청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 "대검에서 일선 청 의견조회를 하는 것과 법무부에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면서 "검찰국이 기계적으로 대검의 요청을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의사표시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면서 "이번 파견 요청 반려도 당연히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