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고 밀려 다음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어렵다고 공식 선언했다. 보험료율 인상 등을 포함한 정부 측 국민연금 개편안(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하 정부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넘도록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 국회가 구성되면 국민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21대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확산 등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4·15 총선 모드로 전환한 20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 논의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비슷한 취지로 발언한 적 있다.
표 떨어지는 국민연금 개혁, 국회 머뭇

헌법에 규정된 국회 예산안 법정 시한인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국민연금 개혁을 21대 국회로 미루는 건 예견된 일이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재인 국민연금 개혁을 머뭇거렸기 때문이다. 2018년 말 정부 개편안이 나왔으나 국회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의 사회적 합의를 지켜보자고 한 게 단적인 사례다. 경사노위는 특별한 합의 없이 지난해 8월에야 복수의 개편안 제시로 결론을 냈다.


국민연금 개혁은 2057년 닥칠 기금 고갈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보다 연금 수급액이 많은 현재 구조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은 바닥날 수 밖에 없다. 김형수 국민연금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작성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기금 소진 후 미래세대 보험료가 현행 9%에서 30%로 올라야 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5년마다 정부 개편안을 수립해 국회에 의무 제출해야 하는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4가지 안을 도출했다. 현행 유지안, 더 내고 더 받는 안 등이 담겼다.

현행 유지안은 9%인 보험료율을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소득대체율 역시 예정대로 2028년까지 40%로 낮춘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가입했을 때 평균소득 대비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 비율이다. 가령 소득대체율이 40%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간 평균소득 100만원인 국민의 연금 수령액은 40만원이다.
연금 늦게 받으면 더 지급?…일본 따라가나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9.5.8/뉴스1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합을 각각 12%·45%, 13%·50%로 제시했다. 이 안대로라면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처음 오르게 된다. 당초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속도 낼 가능성은 있다. 과거 사례도 있다.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국민연금 개혁에 성공한 참여정부 당시 정부 개편안은 2003년(16대 국회) 국회에 제출됐다. 실제 국민연금 개혁은 17대 국회인 2007년 완료됐다.

정부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 상향 조정도 의제로 오를 수 있다. 현재 62세인 수급 개시연령은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오르도록 설계돼있다.

최근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75세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연금 개혁안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65세인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75세로 늦출 경우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연금개혁 정부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