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순신 유적' 찾아 나선 이유는?

녹둔토성 추정 지역. /사진제공=남북역사학자협의회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숨겨진 북방유적을 러시아인들이 찾아 나섰다.

한국 연구진은 올해 러시아 연구진과 러시아령 연해주 옛 ‘녹둔도’에서 이순신 장군 북방유적의 공동 발굴에 돌입키로 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연구진이 단독으로 지표조사(사진)만 실시한 뒤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에 이어 자국민의 이동을 통제한 결과다. 연해주는 이순신 장군 생전에 여진족을 상대로 육탄전을 벌여 승리를 거둔 장소로 관련 유적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27일 서울시와 역사 학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구진이 국내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역협)의 3월4일자 지표조사 요청서를 받은 이후 녹둔도를 방문해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 정부가 외출을 통제해 추가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역협, 러시아와 협력을 바탕으로 이순신 장군이 활약 무대 중 하나인 ‘나선-녹둔도’ 북방유적에 대해 남북 동시 발굴에 나설 계획이었다.


녹둔도는 ‘한러분과’, 나선은 ‘북러분과’로 나눠 남북과 러시아 3국이 참여하는 북방유적 발굴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당초 3월 공동발굴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발굴 조사에 협조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 정부는 코로나19로 국경 폐쇄에 나섰다.
동국여지승람부터 고종실록까지 "녹둔토성 존재한다"

녹둔토성 추정 지역. /사진제공= 남북역사학자협의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1592년) 발발 5년 전인 1587년 조산보(현 함경북도 나선시) 만호 겸 녹둔도 둔전관을 지냈다. 같은 해 녹둔도 전투에서 여진족의 침입을 막는 무공도 세웠다. 연해주엔 녹둔도 전투의 현장인 녹둔토성이 존재한다는 기록이 15세기 '동국여지승람'부터부터 '고종실록'에 이르기까지 고문서들에 등장했다. 나선엔 1882년 지방관이 건립한 이순신 공적비인 '승전대비'와 이순신 사령부가 있던 '조산진성'이 현존한다.

서울시는 동북아시아 문화자원 개발을 위해 이번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공동발굴은 늦어졌지만 사업이 답보 상태는 벗어 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순신은 양국(한국과 북한)에서 모두 민족의 영웅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대외 여건이 해결되면서 공동 조사가 가능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고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 위해선 공동 발굴 등 후속 작업도 필요하다. 역협 관계자는 "5월 이후 녹둔도에 입국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얼마간 사업이 지연될 수 있지만 공동발굴을 거쳐 관련 전시·학술행사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