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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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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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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노인 거부하는 집주인들] 上

[편집자주] 노인들이 허름한 월세, 사글세로 밀려나고 있다. 돈이 없어도 그렇고 있어도 그렇다. 집주인들이 '치매' '고독사' 등을 우려해 노인 세입자들을 거부해서다. 소외되고 있는 대한민국 독거 노인들의 주거 실태를 점거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나이가 많으시네요"…노인을 위한 '셋방' 없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어머니가 살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직장인 심준호씨(가명·36)는 서울 금천구 집 근처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오피스텔과 원룸 월세를 알아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올해로 79세인 어머니의 나이가 문제였다.

심씨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0만원 정도의 집을 구하기 위해 근처 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중개사는 '이 정도 예산이면 충분하다'며 신축 오피스텔을 소개해줬다. 심씨는 바로 20만원의 계약금을 걸었다.

하지만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돌변했다. 집주인은 "죄송합니다. 계약을 안하겠습니다. 어머니 나이가 너무 많으시네요."라고 말했다. 중개사가 "아들이 집 근처에서 살고, 대기업을 다니고 있어 성실히 월세를 낼 수 있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심씨는 "다른 중개사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며 "어떤 중개사는 차라리 아들이 계약을 하고 어머니를 따로 모시는 게 어떻겠냐며 위장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심씨 어머니는 낡고 허름해 공실률이 50%가 넘는 집으로 이사해야 했다.

◇셋방 경쟁에서 밀리는 노인들..."집주인의 노인 기피 만연"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혼자 사는 노인이 ‘셋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충분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잘 나가는 집은 모두 손사래를 친다. 결국 낡고 사람들이 안 찾는 집이 노인들의 몫으로 떨어진다.

90대 여성 서울 강북구 윤명순씨(가명)도 지난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의 집을 구하려다 집주인의 거절로 실패했다. 70대 아들이 직접 집주인을 만나 어머니가 건강하고, 월세도 충분히 낼 수 있다며 설득했지만 집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집을 어렵게 구해도 계약이 해지된 사례도 있다. 혼자 사는 60대 남성 김노식씨(가명)는 서울 강북구 다세대주택 1층에 입주하기로 했다. 계약서 작성 때부터 눈이 침침한 김씨를 집주인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사를 며칠 앞두고 김씨가 '계약서상에 있는 가스레인지가 안 보인다'며 집주인에게 따지자 집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금을 모두 돌려 줄테니 나가 달라"고 했다. 결국 김씨는 근처 다른 집을 구해야했다. 집주인은 불을 낼까 무서웠다고 중개사에게 둘러댔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독거노인의 셋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송채규씨는 "노인들이 버려지는 시대"라며 "집주인이 노인을 기피하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주인들이 혼자 사는 노인을 꺼리는 이유는 혹시 모를 사고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임대업을 하는 김모씨(66)는 70대 할머니를 집에서 내보냈다. 김씨는 "돈도 있고, 가족들도 자주 찾아왔지만 치매기가 있어 불안했다"며 "그나마 정신이 있을 때 내보내야 한다"고 말을 흐렸다.

고독사는 더 난처하다. 송현경 공인중개사는 "혹시나 혼자 살다 돌아가시면 집주인이나 중개인 모두 곤란하다"며 "특히 연고가 없으면 이미 낸 보증금이나 못 받은 월세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이태성 기자



"돈 있어도…" 월세 20만원 쪽방으로 내몰리는 노인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집주인들이 거부한 독거노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더 낮은 수준의 주거지를 찾는다. 재산은 있어도 수입이 일정치 않은 독거노인이 빚을 내면서까지 거주지를 얻을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월세로 몰리는 노인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2009년 94만명 이었고, 이중 월세방(보증금 있는 월세방+보증금 없는 월세방)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15.2%로 약 14만여명이었다.

2014년에는 독거노인 숫자는 115만, 월세 거주 비율은 20.1%로 증가한다. 월세 거주하는 노인이 23만명으로 5년만에 약 10만명이 증가했다. 2014년 이후 독거노인의 거주 형태 관련 통계는 작성되지 않고 독거노인 숫자만 집계됐는데 지난해 독거노인은 150만명을 넘겼다. 월세 거주 비율이 2014년과 같다면 30만명의 독거노인이 월세에 거주하는 셈이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은 꾸준히 오른 반면 노인들의 수입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목돈을 거주에 투입하기 보다는 이를 생활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노인들이 저렴한 월세방을 찾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나 사회복지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독거노인을 반기는 곳은 집이 정말 안나가는 월세 20~30만원 수준의 쪽방촌과 고시촌, 반지하 등으로 한정된다. 독거노인들이 몰려 사는 '달동네'가 형성되는 이유기도 하다.

열악한 주거지로 한번 발을 들인 후 그곳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은 소수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이모씨(68)는 "독거노인의 경우 한번 주거지를 얻게 되면 그곳에 정말 큰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옮기려 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에 찾아와 정보를 얻는 데에도 힘이 들고 이사비 등을 고려하면 옮기지 않는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재산이 있는 독거노인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돈을 벌기 어렵기 때문에 노인들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죽을 때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때문에 더욱 열악한 곳으로 찾아가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집 주인들이 고독사, 치매 등 우려로 '노인 세입자'를 거부하는 현상까지 더해진다.

한국토지공사(LH)가 독거 노인을 위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독거노인 수를 고려해보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LH는 올해 노인들만을 위한 임대주택 4000호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매년 이정도 규모가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2025년까지 약 2만호의 임대주택이 공급되는데, 독거노인 증가 숫자는 이보다 훨씬 빠르다.

현장 경력 11년차인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의 성우경 독거노인생활지원사는 "지난해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많은 어르신이 당첨을 학수고대했지만 겨우 2명만 당첨됐다"고 밝혔다.

◇주택임차 지원 절실…"범정부 차원 대책 필요"

복지 현장에서는 임대주택까지는 아니더라도 독거노인의 주택임차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 지원사는 "임대차 계약 시 보증을 책임져주는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증을 국가가 책임지게 되면 치매, 생활불안 등 때문에 임대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우려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장례지원 강화를 통해 고독사에 대한 불안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독거노인일 경우 복지사가 상주가 되고 집을 청소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며 "이를 강화하면 집주인들의 우려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노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치매 노인 등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되면서 노인 세대가 전반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태영 LH 거주복지사회과 차장은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캠페인이 필요하다"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여러 부처가 달려든 것처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책 중 노인 돌봄 서비스는 생활지원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정부의 올해 노인 예산(16조원) 중 돌봄 예산은 약 3700억원으로 전년대비 231.7% 증가했지만 주거 지원 서비스는 집 수리 및 인근 청소 등을 도와 현재 사는 곳을 개선하는데 그친다.

정한결 기자, 임찬영 기자, 정경훈 기자



독거노인 150만 시대…5명 중 1명은 월세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볼리는 상황에서 전국의 독거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50만 명으로 독거노인을 한 도시에 모으면 인구가 145만명 정도인 광주보다 큰 광역시 하나가 생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노인인구 증가보다 독거노인 증가세는 더 빠르다. 2000년 339만명 수준이던 노인인구는 2019년 약 768만명으로 2.26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독거노인은 2.75배 증가했다.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2000년 16%, 2010년 18.5%, 2015년 18.4%, 2017년 19.1%, 2019년 19.5%로 점증하고 있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독거노인 중 상당수가 부양가족이 없는 데다가 소득도 낮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간한 '제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에 따르면 독거노인 중 14.6%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차상위계층까지 더하면 빈곤 독거노인은 더욱 불어난다. 예컨대 2018년 기준 서울 거주 독거노인 약 33만명 중 기초수급자가 6만2700여명, 차상위층이 2만5200여명이다.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의 주거 형태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다른 가구 유형보다 월세방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거노인 중 보증금 있는 월세를 이용하는 비율은 17.6%로, 노인 부부(7.7%), 자녀 동거 노인(11.9%)보다 높았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통상적으로 월세보다 더 열악한 주거 형태로 보는 사글세 방(보증금 없는 월세)을 구하는 비율도 독거노인(2.5%), 노인부부(0.6%), 자녀 동거(0.5%) 순이었다. 지하·반지하 거주 비율도 독거노인이 6.6%로 노인부부(1.8%), 자녀동거(2.4%) 유형보다 컸다.

자가거주율은 다른 가구에 비해 낮았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노인 70.9%가 자가에 산다고 파악됐는데, 독거노인의 자가 거주 비율은 50.2%였다. 이는 노인부부(79.3%), 자녀 동거(74.7%) 가구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돌아가실까봐…" 그래서 할아버지는 달동네로 내몰렸다

전국에서 독거노인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이다. 2010년 서울시 독거노인 수는 약 20만명이었는데, 2013년 25만명으로 늘었고 2016년 28만명, 2018년 33만명으로 불었다.

2018년 기준 서울 지역구 중 독거노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노원구와 은평구로 각각 1만9929명, 1만8865명이었다. 다음으로는 강서구로 1만7468명이다. 세 자치구는 독거노인 중 기초수급자가 가장 많은 구이기도 하다. 강서구 5115명, 노원구 4903명, 은평구 4617명 순이다.

독거노인이 많은 지역구는 다른 구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 낮은 편이다. 지역내총생산이 낮을수록 재정자립도가 약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2016년 노원구, 은평구, 강서구 지역내 총생산은 약 944만원, 827만원, 1873만원이다. 서울 전체 1인당총생산은 3648만원으로, 이를 100으로 놓았을 때 세 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 수준지수는 25.89, 22.69, 51.35이었다.

정경훈 기자,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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