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 텅텅 빈다는데…발길 끊이지 않는 '50만원' 명품호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 시그니엘 서울 전경. /사진=호텔롯데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여행절벽'으로 국내 호텔업계가 특급·비즈니스호텔 할 것 없이 고객 발길이 뚝 끊기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롯데호텔의 6성급 브랜드 '시그니엘 서울'은 나홀로 순항하고 있다.

프리미엄 럭셔리 호텔에 대한 수요를 선점하며 개관 3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시그니엘 이름값을 알리는데 성공한 롯데호텔은 이달 부산 해운대에 시그니엘의 두 번째 작품 '시그니엘 부산'의 문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식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완성에 박차를 가한다.
호텔 객실 텅텅 비어 가는데….
50만원 시그니엘, 객실 불 환하다

시그니엘 서울 로얄 스위트 전경. /사진=호텔롯데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호텔업계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비즈니스 수요가 '제로(0)'가 되고 국내 여행심리도 악화하며 지난 3월 서울 주요 7개 특급호텔의 객실점유율(OCC)이 4.7%까지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달 황금연휴 특수로 매출이 반짝 회복하긴 했지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도 여전히 OCC가 2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 시그니엘 서울은 오히려 고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시그니엘 서울은 도심 호텔 중 유일하게 70% 이상(주말·연휴 기준)의 OCC를 기록 중이다. 하룻밤에 40만~60만원을 내야 하는데도 오히려 투숙객들로 붐빈다.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은 국내 최고층 럭셔리 호텔로 평균 객단가(ADR)이 4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 없는 초고가 호텔이다.

업계에선 '상전벽해'라는 반응이다. 2017년 오픈할 때만 하더라도 리츠칼튼 등이 발을 빼는 등 '럭셔리 호텔의 무덤'으로 불린 한국 호텔시장에서 시그니엘의 생존을 점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평균객단가(ADR) 10만원 안팎의 3~4성 비즈니스급 브랜드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럭셔리 호텔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코로나 뉴노멀 '프라이빗·프리미엄'
호텔판 에르메스 "통했다"

/사진=머니투데이DB

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니 시그니엘이 오히려 변화하는 여행시장의 흐름을 포착했단 분석이다. 시그니엘은 글로벌 호텔체인을 노리는 롯데가 내놓은 히든카드다. 호텔 자체가 관광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 개념이 형성되고, 고급 럭셔리 호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에도 통할 것이란 예상에서 만들어낸 브랜드다.

말 그대로 샤넬·에르메스처럼 명품을 선호하는 니치(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초호화 호텔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4050 중·장년층에서도 가치가 확실하다면 고가의 금액도 기꺼이 지불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소비가 자리잡으며 제대로 통한 것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2015년 국내 럭셔리 관광 성장률은 6.2%로 세계 성장률(4.8%)보다 높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호텔업계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로 △언택트(Untact·비대면) △프라이빗 △프리미엄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남들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누리려는 수요를 '6성급 호텔'로 알려진 시그니엘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반적인 소비시장이 불황이 와중에도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해운대 '게임 체인저' 노린다
6월 시그니엘 부산 상륙

오는 6월17일 오픈하는 시그니엘 부산 조감도. /사진=호텔롯데

롯데호텔은 시그니엘 서울의 성과를 바탕 삼아 호텔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국내외에서 30개 호텔 1만1000여개 객실을 운영 중인 롯데호텔도 1분기 영업손실이 638억에 이르는 등 업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오는 6월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시그니엘 부산을 예정대로 오픈한다. 미국 시애틀 특급호텔의 오픈 일정을 뒤로 늦추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해운대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럭셔리 휴양도시로 탈바꿈한 부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포시즌스·콘래드는 물론 페어몬트 등 글로벌 럭셔리 호텔이 한국에 속속 입성하고 아난티 등 국내 호텔업체들의 도전도 거세 빠르게 럭셔리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 위상을 공고히 해야한단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단 분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그니엘이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국내로 이끌고 한국 럭셔리 호텔 시장을 견인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며 "시그니엘부산도 2017년 오픈한 시그니엘서울의 뒤를 이어 럭셔리 호텔업계의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하며 지역관광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