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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억 세금폭탄' 맞은 은행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머니투데이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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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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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2020 대한민국 법무대상/송무대상]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왼쪽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이재홍·김의환·이상우·정병문·윤여정·조성권 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이재홍·김의환·이상우·정병문·윤여정·조성권 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2011년 국세청이 룩셈부르크 역외펀드 ‘시카브’(SICAV) 자금을 맡은 은행들에 1600억원대 과세 처분을 내린 일이 있었다. 그동안 시카브 자금을 맡은 자산운용사들은 한국·룩셈부르크 조세조약에 따라 10~15%의 제한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하고, 수익에서 세금을 뺀 금액을 시카브에 돌려줬다. 국세청은 시카브 자금에 20% 이상 법인세율을 적용해 과세를 시도해왔다.

룩셈부르크는 세금 혜택이 많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지고, 시카브는 공모형이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수많은 자금이 시카브로 모여 우리나라로 들어온 상태였다. 현재 그 액수는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예상치 못한 과세 처분에 은행은 물론 투자자들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들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문을 두드렸고, 조세팀 정병문·이재홍·김의환·조성권·이상우·윤여정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6년 법정 다툼 끝에 최종 승소했다.



국세청 과세논리 어떻게 꺾었나


국세청은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으려면 조약국에서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시카브가 룩셈부르크에서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으므로 혜택 조건에 미달하고 △조세조약의 혜택은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시카브는 투자를 대신해주는 펀드에 불과하며 △시카브를 설정한 룩셈부르크 법인은 지주회사에 해당하므로 제한세율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룩 조세조약 제28조에 따르면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지주회사는 이 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맞서 김앤장은 시카브의 설립·운영과 룩셈부르크 법령 등을 면밀히 연구해 반대 논리를 펼쳤다.

김앤장은 룩셈부르크가 시카브에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카브가 한국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때 이미 세금을 계산하고 남은 액수를 돌려받기 때문에 룩셈부르크에 또 법인세를 내면 이중과세가 된다.

또 김앤장은 면세 혜택와 납세의무를 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면세는 납세의무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징수하지 않겠다는 처분일 뿐, 납세의무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시카브를 투자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김앤장은 시카브가 투자자 모집, 수익분배 등 고유 경제활동을 하는 투자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금 혜택이 큰 곳에서 여러 회사 주식을 취득해 싼 값에 자회사들을 거느리려는 것 아니냐는 국세청 주장에 대해서는 주식 투자의 목적은 수익이며 자회사를 지배할 목적은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했다.

그 결과 김앤장은 조세심판원 기각 결정을 뒤집고 승소 확정 판결을 얻어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L)은 이번 판결의 혁신성을 인정해 '2020 대한민국 법무대상' 송무 대상을 수여했다.



전문성, 끈기, 사명감 겸비한 베테랑들


왼쪽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윤여정·정병문·이상우 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윤여정·정병문·이상우 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김앤장 조세팀은 세금 부문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특히 정병문·이상우 변호사는 수 만 명의 예금이 걸린 골드뱅킹 과세 사건과 엔화스왑 예금 과세 사건에서 승소를 거뒀던 베테랑들이다. 국세청이 법 규정보다 해석에 치중해 있음을 밝혀내 과세처분을 취소시켰던 건이다.

조세팀은 이번 사건에서도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무소 내 금융팀과 유기적으로 협업해 복잡한 펀드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냈다. 펀드운용사와 판매사, 은행 등 당사자들 사이에서 기록과 사실관계를 발굴하기 쉽지 않았지만 끈질기게 매달렸다. 이런 끈기를 끌어낸 것은 사명감이었다.

이상우 변호사는 “이번 시카브 펀드는 조세조약과 공시된 투자 틀을 따르는 공모펀드였다”며 “이러한 틀이 흐트러지면 전체적으로 투자 흐름이 막힐 수 있어 사명감을 갖고 사건에 임했다”고 말했다. 새내기 때부터 6년 간 이 사건과 함께했다는 윤여정 변호사는 “외국펀드에 대한 과세는 조세조약과 우리 세법의 문언 해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했다“고 했다.



"조세 제도 안정성 위해 노력할 것"


조세 사건은 사건과 연결된 산업분야, 거래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게다가 산업과 거래구조는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고, 법도 개정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느냐가 조세 변호사의 역량을 가른다고 정병문 변호사는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조세 정책이 올바르게 실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조세 제도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달성된 것 같아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이런 쪽으로 의미를 두고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자신의 ‘인생 사건’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꼽을 만큼 규모도, 의미도 큰 사건이라는 의미다. 옆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인생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하자 일동은 유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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