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영끌' 청약…신용대출 하루새 '1.8조' 폭증

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카카오게임즈 청약이 진행된 첫날인 지난 1일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 8월 한달간 신용대출 증가분 4조원 어치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신용대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한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4조704억원 급증한 124조2747억원이었는데 여기에 1조8034억원이 보태진 것이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카카오게임즈 청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주만 받아도 성공”이라며 “고객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넣은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다. 전날 청약 증거금은 16조4000억원에 이른다.

보통 공모주 청약은 마지막날 집중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게임즈 청약 마지막날인 이날까지 이틀간 늘어난 신용대출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 인터넷은행 등을 합하면 신용대출 수치는 더 커진다.


공모주 청약 때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건 이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1일 청약 증거금을 납입했다면 오는 4일에 납입대금을 뺀 나머지 돈을 환급받아 은행에 갚을 수 있다.

최근 신용대출 금리가 떨어져 부담도 적다. 5000만원을 3% 금리로 빌리면 나흘치 이자는 1만6400원에 불과하다. 만약 청약마감일인 2일에 신용대출을 받아 증거금을 내면 하루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금리가 3%로 같다면 이자는 1만2300만원으로 낮아진다.

증권업계는 증권사 계좌로 흘러 들어간 청약 자금 중 일부는 계속 주식시장에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 청약때 증거금 중 환급된 약 30조원이 주식시장에 재투자됐다.

공모주 청약 시점에 맞춰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신용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일부의 시각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신용대출 규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집값 상승을 이끌지 않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다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를 해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대부분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흐름이 명확하지 않은데 규제를 강화하면 엉뚱한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