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자부심?…드라마에 국뽕 뿌리는 中

중국 중앙방송(CCTV)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소재로한 드라마를 오는 17일부터 황금시간대에 방영한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중국에선 애국주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노리고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며 밝혀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도 회복을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체제 우월성을 느끼는 중국인들이 적잖은 상황이다.


다만 중국인들의 맹목적 애국주의가 배타적 애국주의로 발전할 경우 주변국에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부결속을 위한 애국주의 선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앙라디오방송국(CMG)는 오는 17일부터 CCTV종합 채널을 통해 코로나19 소재 드라마 시리즈 '가장 아름다운 역행자'(最美逆行者)를 방영한다.

드라마는 '역행'(逆行), '오지 마, 무사해'(別來, 無恙), '고부 방역전'(婆媳戰疫), '행복한 동네'(幸福社區), '1천킬로미터'(壹千公裏), '위대한 토끼 아저씨'(了不起的兔子叔叔), '한 배'(同舟) 총 7개 주제로 구성됐다.


제작사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는 스토리별로 코로나19에서 있었음직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드리마는 현실성과 친밀성을 부각 시켰단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애국주의 드라마로 볼 수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 수도 베이징 시민들이 23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내 중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린 베이징 국제영화제 기념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2020.08.23

중국 극장가는 추석·국경절 8일 간의 장기 '황금연휴(黃金周)'를 준비하는 가운데 항일 전쟁을 소재로 한 애국주의 대작 영화 '바바이(八佰·팔백)'의 상영을 연장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난 8월21일 개봉했는데 3주 만에 누적 박스오피스 수입 27억위안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극장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놀랍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중국 극장의 절반 정도만 문을 연 상태다.

'바바이'는 '상하이 전투'에서 활약한 800명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항일 영화다. 영웅들의 활약상에 중국은 열광하고 있고 이들의 애국심은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대내외에 선전하면서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한 유명 영화사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우한(武韓)에 파견된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을 소재로 한 영화 '중국의사' 제작에 들어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시민선언 주관으로 홍콩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한 배우 유역비가 출연한 영화 '뮬란'의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0.07.01. [email protected]

이 가운데 디즈니가 제작한 영화 뮬란이 중국 극장 40%에 상영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중국의 민화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로 평가된다.

다만 개봉 첫주인 지난 주말 성적은 부진했다. 뮬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했으며,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232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여름 상영된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은 중국 시장에서 5400만달러 이상의 개봉 첫 주말 수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영화는 노골적인 애국주의의 영화와는 다르다. 뮬란은 인권 탄압 논란이 있는 신장지역에서 촬영됐고, 홍콩 시위대 진압 경찰에 대한 주연 배우의 지지 발언 등으로 개봉 전부터 논란이 일면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외교 소식통은 "내부결속을 위해선 애국심 고조가 필수이며 중국은 쉽게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애국주의 영화나 드라마의 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