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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용어냐" 듣던 이익공유제, 시작은 17년전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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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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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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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빚 내 지원하라는 이익공유제(하)

[편집자주] 십수년 계속돼온 이익공유 이슈가 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21대 국회에서 입법화가 가시화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첫 타자로 지목된 플랫폼 기업 배달의 민족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도 없는 이익을 나눠야할 처지다. 현실로 닥친 이익공유제 입법의 허와 실, 대안 등을 모색한다.


이익공유제 추진한다는 與 법안…그림도 없고 반강제적?


"사회주의 용어냐" 듣던 이익공유제, 시작은 17년전 포스코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초 '통합' 의제로 이익공유제를 던진 이후 여당 지도부가 이익 공유 법제화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은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4·7재보궐선거와 맞물린 다른 현안을 감안하면 3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를 비롯해 여당 지도부가 구상하는 이익공유제의 핵심은 IT(정보·기술) 대기업이나 비대면·플랫폼 기업의 '자발적 참여'다. 지난 15일 배달의민족이 이익공유제 참여 1호 기업이 되면서 일단 모양새는 갖췄다.

현재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은 민주당 정태호·조정식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협력이익공유 대상이 넓은 정 의원안을 중심으로 병합 심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정 의원의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은 지난해 12월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정 의원안은 협력이익공유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중소기업 상호간, 위탁·수탁기업 간 상생협력으로 발생한 위탁기업 등의 협력이익을 사전에 상호간 약정한 기준에 따라 공유하는 계약모델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안에 명시된 '약정한 기준'이 이 대표가 언급한 '제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이달 초 서울 동대문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에서 열린 '산학협력기반 사회적 가치 창출' 간담회에 참석해 "인센티브로 현행 10%인 (출연금에 대한 법인세) 공제율을 최소한 '20%+알파(α)' 정도로 해야 하지 않겠나"고 가이드라인도 제시한 만큼 약정을 맺은 기업의 혜택은 이 정도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여당이 자발적 참여라고 거듭 강조한 것과 달리 법안에 나온 '약정'이라는 표현을 놓고 강제성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원 규모와 기간 등 약정 내용에 따라 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자발적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이익공유제의 지속 가능성도 고민해볼 문제다. 정치권의 요구를 사실상 외면할 수 없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도입할지는 몰라도 실제 협력사 등과 이익 공유 측면이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은 4·7 재보선 이슈에 대응하느라 아직 이익공유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익공유제를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향후 법제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 동반성장위원장은 "협력이익공유제에 반대한다"며 "어떤 식으로든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정당성 등의 측면에서 절대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여당이 쏜 '이익공유제', 美·유럽에도 있긴 한데…


롤스로이스 로고/사진=AFP
롤스로이스 로고/사진=AFP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영국 롤스로이스, 일본 토요타 등도 이익공유제 개념으로 성과를 거뒀다. 이 나라들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볼 수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한 다수의 해외 사례를 열거했다. 자신이 제안한 코로나19 협력이익공유제를 두고 야당이 '기업 팔 비틀기' '사회주의적 발상' 등이라며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국내 협력이익공유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이익 본 기업이 피해 입은 자영업자 등을 지원한다는 취지라면, 해외는 협력해서 이익을 발생시키고 이를 공유한다는 '성과공유제' 성격이 강해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협력이익배분제 해외사례에 관한 연구' 보고서와 영국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 보고서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가 언급한 롤스로이스는 '위험-수익 공유 파트너십'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협력회사들도 출자를 통해 비용을 분담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에서도 보이듯 이는 '위험'까지 공유하며 그 범위는 기업 간 사전 계약에 따른다.

1970년대 롤스로이스는 민간 항공기 엔진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이었다. 시장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신형 엔진 개발에 나서야 했는데 비용이 막대했다. 10억달러를 모으기 위해 회사는 세계적인 부품사들과 함께 위험-수익 공유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공동 투자·개발, 협력이익 공유 형태인 이 파트너십은 위험과 비용, 수익을 공유하며 매출액을 투자액에 비례해 나눠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게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일본, 미국 등 6개 사업자와 손잡은 롤스로이스는 신형 엔진 '트렌트(Trent)500'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발판으로 롤스로이스는 시장 점유율을 34% 정도로 끌어올리며 세계 2위 항공기 엔진회사로 성장했다. 위험-수익 파트너십은 엔진 개발 수행과 기존 고객, 신규 고객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잉787 드림라이너./사진=AFP
보잉787 드림라이너./사진=AFP
미국 보잉사도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보잉은 2011년 출시된 보잉787 항공기를 개발할 때 날개와 동체 등 부품을 공급하는 50여개의 업체와 위험-수익 공유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잉사가 체결한 파트너십 역시 이익과 위험을 모두 나누는 형태였다. 참여지분이 높으면 개발비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수익에서 가져가는 비중도 늘어난다.

보잉은 파트너십을 통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손실을 줄였고, 비행기 조립 시간은 기존 30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1959년 성과공유제를 최초로 도입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토요타는 협력사의 제안을 통해 성과가 날 경우 그에 따른 이익을 50대 50으로 공유했다. 토요타는 성과공유제 도입으로 최초 3년간 원가 30%를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편 이들 해외 기업 사례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형 협력이익공유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박가영 기자



"사회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이익공유제 우여곡절 17년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011년 3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열린 이익공유제 발언해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011년 3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열린 이익공유제 발언해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이익공유제(혹은 이익배분제)의 역사는 1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포스코가 시발점이다. 성과 이익 공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그 모양을 달리하며 이어졌다. 성과공유제에서 초과이익공유제, 협력이익배분제, 협력이익공유제 등 다양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

첫 테입을 끊은 곳은 철강기업 포스코다.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의 입김 아래 있던 포스코는 상생협력 요구에 직면했다. 2004년 7월 협력사와의 상생과 상호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초로 성과공유제와 유사한 BS(Benefit Sharing)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이익공유제의 첫발을 뗐다.

참여정부는 2006년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에 성과공유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성과공유제확산추진본부를 설치했다.

상생협력법 제8조 1항에 수탁기업이 원가 절감 등 수탁·위탁기업 간에 합의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위탁기업이 지원하고, 그 성과를 수탁기업이 공유하도록 하는 성과공유제의 시책을 정부가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동 프로젝트에 대해 사전에 맺은 계약에 따른 배분율로 이익을 나누는 성과공유제가 기업자율로 본격화됐다.

"사회주의 용어냐" 듣던 이익공유제, 시작은 17년전 포스코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를 발족한 MB 정부는 성과 공유제를 동반성장 정책의 구체적 실현 모델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기존 성과공유제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도록 하는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성과공유제와 달리 협력사의 생산성 노력에 따른 특정 프로젝트별로 이익을 나누는 게 아니라, 위탁기업의 전체 이익 중 일부를 수탁 협력업체와 나누는 모델이라는 차이가 있다.

2011년 2월 23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협력 중소기업과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대기업에 대해 동반성장지수에 가점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선언했다. 기업들의 반발이 컸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를 두고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2012년 2월 정부는 이익공유제를 협력이익배분제로 명칭을 바꾸고, 도입을 결정했다. 이어 3월에는 대통령 주재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성과공유제 확산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로 강제하지는 못했다.

기업 자율에 맡긴 성과공유제는 2012년 77개사에 997등록 과제에서 2015년 213개사에 655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11월까지 누적으로 482개사 1만 8570건으로 확대됐다. 이런 성과공유의 기본 전제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기고, 협력 업체와의 상생협력 성과에 대한 분배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도 협력업체들도 수백억원의 성과공유 분배를 했다.

삼성전자의 전직 고위 임원은 "매년 9월쯤 전체 협력사의 실적을 중간 점검해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히 추가 지원하는 등 정부의 요구가 없더라도 성과를 나누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의 전체 이익에 대해 협력이익을 나누도록 하고, 비제조업의 경우도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한 이익공유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법제화가 추진돼 현재에 이르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포스코 성과 공유의 교훈, "기업에 자발적 설계 맡겨야"


포스코에너지 포항 연료전지 작업 현장 / 사진제공=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포항 연료전지 작업 현장 / 사진제공=포스코에너지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는 정치권이 이른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업종 특성을 감안해 성과 목표를 정하고 이익 역시 업계 상황을 감안해 나눠야 한다. 일률적인 법제화보다는 도입 기업에 혜택을 줘 자발적인 이익공유 모델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야만 상생과 협력이라는 이익공유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게 재계의 공통적 반응이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기부나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원청과 협력업체 간 이익공유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협력사와 공동으로 개선과제를 수행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참여업체 모두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게 핵심이다. 대기업은 개선과제로 품질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은 안정적 공급과 매출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포스코는 특히 지난해 '체인지업 투게더'라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별도로 브랜드화했다. 성과공유제의 보상 강화다. 재무효과 50%를 현금으로 보상하거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과제 수행에 실패해도 절반 이상의 과제비용을 보상한다. 모두 협력사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포스코는 부품과 장비 국산화율이 90%에 달한다. 내부적으로 성과공유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제철소 내 산화망간 먼지제거 장치를 개발한 유진엠에스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년간 협력연구 끝에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연간 수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

포스코의 사례 처럼 기업공유제는 기업이 주도하는 가운데, 법의 역할은 지속가능 성장과 상생 사이에서 적정한 지점을 찾도록 돕는데 그쳐야 한다고 산업계는 지적한다. 상대적 약자인 협력업체들의 지위와 역할은 보호하되 상호 이익을 낼 수 있는 정책설계는 기업에 맡겨야 협력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거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성공사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담보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정부와 여당도 현장 사례를 잘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익공유 법제화를 통한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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