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 1000만, 군 제대비 3000만, 20세면 1억…與의 허경영 공약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부터)./사진=뉴스1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청년들을 유혹할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세계여행비 1000만원과 군 전역자 3000만원, 스무살에 1억원 등 형태와 규모도 다채로운데, 야당에선 "허경영이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에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주자고 제안했다. 고졸 취업 지원 업무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지난 4일 "학력으로 임금을 차별하니까, 사람들이 안 가도 될 대학을 가느라 국가 역량도 손실이 있고, 재정 부담도 커지고, 어쩌면 개인으로서 인생을 낭비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것과 같은 기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 어떤 것이 더 역량계발이 도움이 되겠나. 각자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전역자 사회 출발자금 3000만원 지원을 들고나왔다.


그는 "군 가산점제는 위헌 판정이 났기 때문에 제대할 때 가능하면 사회출발자금을 3000만원 정도, 장만해서 드렸으면 한다"며 "군대에 안 간 친구들이 그 시기에 저축하는 돈과 비슷하거나, 좀 더 드려서 제대한 후 취업할 때까지 일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괜찮아 보인다"고 제안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스무살이 되는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정책을 내놨다.

정 전 총리는 "모든 신생아가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20년 적립형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 전 총리의 1억원 공약은 대선 출마를 예고한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의 '기본자산' 공약과 비슷해 '원조 논란'을 빚기로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정 전 총리와 조찬 회동한 후 페이스북에 "대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특히, 기본자산제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을 같이 한 데 대해 감사하며, 관련해 공동 토론회도 제안했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하심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렇게 여당 대선주자들이 청년을 위한 현금 공약을 쏟아내자 야당은 "국가 예산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지사를 겨냥, "이미 대통령에 당선이라도 된 듯 세금 쓸 궁리뿐"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 고졸 차별 대우에 대한 대책이라는 게 고작 세금으로 세계여행비 내주자는 것인가"라며 "이 지사가 내놓는 제안이라는 건 온통 세금 쓰는 얘기, 빚 늘어나는 얘기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경영씨를 존경한다더니 정책마저도 허경영씨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인가"라며 "뜬구름 잡는 소리로 청년을 현혹하지 말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