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1주년]④ "언제쯤이면"…특별법 제정에도 계속되는 5·18 폄훼·왜곡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제41주년 추모제'에서 오월 어머니회 관계자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오열하고 있다. 2021.5.17/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1만4976일'

군부정권의 총칼에 대항하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광주의 순국선열들이 산화한 지 41년이 지났다.


올해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5·18 역사왜곡처벌법'이 의결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악의적인 왜곡이 줄어들 것이란 유가족의 기대도 적잖은 해였다.

하지만 진실 보도 의무를 지닌 언론사를 비롯해 교단에서 강의에 나서는 대학교수마저 5·18에 대한 역사 왜곡·폄훼를 일삼았고, 제41주년도 결국 유가족의 가슴에 뼈 아픈 상처가 남긴 해로 기록됐다.

악의적인 왜곡 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5·18 특별법' 제정에도 1980년 5월 광주를 향한 폄훼는 언제쯤 근절될까.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는 사진(왼쪽)과 매구 매일신문이 19일 이 사진을 모방해 정부 정책을 비판한 만평.(SNS 캡처)/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5·18 폄훼 만평' 매일신문…"재발 방지에 최선"


지난 3월19일자 대구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26면에는 만평인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이 게재됐다.

해당 만평에는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이라는 누워 있는 시민과 '종부세'라는 곤봉을 휘두르는 군인이 묘사됐다.

여기에 가세하는 '재산세' 군인과 완전무장한 채 다가오는 '건보료' 군인의 모습도 담겼다.

하지만 해당 만평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매일신문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다.

매일신문은 논란이 일자 게재 다음 날, 온라인상에서 삭제 조치를 했고 동시에 입장문을 밝혔다.

입장문은 '만평이 저희의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는 말로 시작해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과문이 아니라 입장문 발표에 국민적 공분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과 더불어 광주·제주 등 4개 지역 기자협회와 지역 정계에서 규탄 시위를 개최하며 비판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후 매일신문은 만평 게재 10일만인 지난 3월29일 '사과드립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갖는 역사적 무게와 정신을 잊지 않고 짊어지고 가겠습니다'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폄훼 만평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달에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바르게 표명하되 균형과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평론의 원칙' 조항을 위반했다며 매일신문에 경고 조처를 내린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빗댄 발언으로 물의을 빚은 박훈탁 위덕대학교 교수가 12일 유튜브 사과 영상을 통해 "5·18에 대한 다른 견해와 제 학문적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기에 한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하고 있다. (영상 캡처) 2021.4.12/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박훈탁 위덕대 교수 "5·18은 북한군 소행·폭동" 망언

경북 소재 위덕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박훈탁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사회적 이슈와 인권' 과목의 4주차 2교시 온라인 강의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왜곡했다.

박 교수는 '사전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설명하는 도중 "(5·18은) 북한군이 저지른 범죄이자 시민 폭동"이라고 발언했고, 전두환과 지만원의 무죄를 주장하는 등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했다.

여기에 수강생들에게 "5·18민주화운동 왜곡 처벌법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중간고사 과제물로 내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위덕대학교 측은 일파만파 확산하는 논란을 잠재우고자 박 교수의 모든 강의를 중단, 인사위를 열어 해당 온라인 강의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 교수 역시 지난 4월1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5·18에 대한 다른 견해와 제 '학문적 입장'을 소개한 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기에 한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백한 역사 왜곡을 '학문적 입장' 차이로 치부하면서 박 교수는 광주 오월 단체에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센 질타를 받았고, 포항 지역 시민단체도 박 교수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진정 어린 사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스승의 '부끄러운 만행'을 사죄하기 위한 위덕대학교 학생들의 광주 방문도 뒤를 이었다.

위덕대학교 총학생회 '파랑' 관계자 등 10여명은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순례길'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고, 박 교수를 대신해 오월 영령에 참배하면서 사죄의 뜻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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