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돈 빨아먹지 말라"…아픈 한국 유학생에 폭언한 日강사

일본의 한 강사가 현지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일본에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청원사이트 '체인지'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한 강사가 현지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일본에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교도통신은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게재된 '학생에게 외국인·장애인 차별 발언을 한 일본어학교 강사의 해고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청원 내용을 보도했다. 청원문에 언급된 강사는 도쿄도 신주쿠구에 위치한 도쿄국제일본어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문에 따르면 이 강사는 지난해 1월, 쉬는 시간 도중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일본 병원에 다니는 것은 일본에 폐를 끼치는 것'이라며 '아프면 모국으로 돌아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학생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8년 9월부터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다.

이 강사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이 일본에서 의료 지원을 받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일본의 돈을 빨아먹고 있는 것 아니냐.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폭언도 던졌다.

청원인은 "제보자(피해 학생)가 병원에 다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는데도 강사는 무시했다"며 "편견을 갖고 제보자를 괴롭혔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장애를 이유로 학생의 배울 권리를 부정하고 '외국인이니 치료를 원하면 모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건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청원문 하단에는 강사의 발언 전문과 녹음 파일이 담긴 URL 주소도 등록돼 있다.

폭언을 들은 학생은 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일본에서 공부를 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 학생은 결국 지난해 2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진단서를 학원에 제출했다.

문제의 강사는 올해 3월에 피해 학생 측에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어학원 측 역시 "출석률이 낮으면 비자 갱신이 어려우니 아프면 귀국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