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사위, 3년 전 딸, 한달 전 아들 살해한 부부…"타락해서"

자녀와 사위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란의 한 노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에 대해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와 사위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란의 한 노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범행에 대해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쓰레기장에서 토막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남성은 현지 유명 영화감독 바박 코람딘(47)이었다.


수사당국은 시신에서 발견된 지문을 채취해 바박과 함께 살고 있던 아버지 아크바 코람딘(81)과 어머니 아이란 무사비(74)를 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는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밤 부부가대형 쓰레기 봉투와 가방을 수차례 옮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사당국은 부부가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줄로 묶어 살해한 뒤 토막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부부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아들은 폭력적이고 우리 돈만 축 내면서 문란한 성생활을 이어왔다"며 살인을 정당화했다.

부부의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 2018년 실종된 부부의 딸 아레주와 그보다 앞선 2011년 행적을 감춘 아레주의 남편 파라마즈와 관련된 실종신고 기록을 발견했다.


결국 부부는 경찰의 추궁 끝에 10년 전 사위를 살해하고 이어 3년 전에는 딸까지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사위는 마약거래상인데다 폭력적이었고 딸은 마약과 술에 중독됐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남편 아크바는 "나는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며 "도덕적으로 매우 타락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숨진 바박과 아레주의 친구들은 부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바박의 첫 영화 제작을 도왔던 감독 니마아바푸르(46)는 "바박과 알고 지낸 우리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바박은 존경스럽고 점잖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바박이 폭력적이고 문란했다는 부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딸 아레주의 지인인 잘레(47)도 "아레주는 순종적인 성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레주가 갑자기 사라진 뒤 그의 어머니를 마주칠 때마다 아레주의 행방을 물었지만 "터키로 이주했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부부의 이웃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주민들이 기억하는 부부는 이웃집 아기를 대신 돌봐주거나 정원에서 저녁 산책을 하는 등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한 이웃주민은 인터뷰에서 "살인자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매일 지나다니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잔혹한 범죄 행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란 내에선 '명예살인'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살해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며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임에도 처벌 수위는 극히 낮다. 실제 지난해 남자친구와 가출한 10대 딸을 살해한 아버지는 겨우 징역 9년에 그쳤다. 올 초 참수된 채 발견된 20세 동성애자 남성 역시 가족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