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쓰러진 여자 외면했다"던 누리꾼, 반박 나오자 글 삭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이미지투데이

'지하철에서 여성이 쓰러졌으나 성추행을 우려해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던 누리꾼이 원본 글을 포함한 모든 글들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3일)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하철 열차 안에서 한 여성이 쓰러졌는데 남성들이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짧은 바지를 입고 있어서 도우려면 신체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젠더 문제, 스쳐도 성추행 사건 등 흉흉해서 벌어진 일 같다"고도 추측했다.


이 글은 다수 매체에서 기사화하며 연일 화제가 됐다. 일부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에는 "남자들이 정말 현명하다", "왜 남자들만 도와줘야 하냐",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여자들이 자초한 것" 등의 댓글이 쏟아지며 성별 갈등을 일으켰다.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수정하다가 원글이 삭제됐다"며 지난 6일 추가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A씨는 "열차 밖으로 쓰러진 여성을 신속히 옮겨야 하는데 제 옆의 젊은 남성은 핸드폰만 하고 있었다"며 "남성분들은 쳐다볼 뿐 옮길 의지가 없는 것 같았다. 저도 머리로는 도와야 한다고 하는데 몸이 가질 않더라"고 적었다.

또 쓰러진 여성의 의상을 강조했던 일부 언론을 겨냥해 "남녀 분쟁을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도 저런 상황이면 발 벗고 도와야 하지 않냐는 댓글이 있는데, 요즘 상황이면 전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A씨 주장이 거짓이라는 반박 글이 나왔다. 처음 글을 올린 남성 A씨의 주장과 달리 '당시 119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여성 B씨는 "남녀 할 것 없이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도왔다"고 강조했다.

B씨는 "잘못된 정보가 일파만파 퍼진 것 같다. 여성이 (저한테) 쓰러졌을 때 남녀 할 것 없이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봤다"며 "제가 119에 신고했고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분이 쓰러진 여성을 들어서 압구정역에 내렸다"고 설명했다. 119에 신고했던 휴대전화 통화 목록 화면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면서 "여성분이 의식은 찾았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남자 역무원들이 여성 손을 계속 주물러줬다"며 "다 같이 한마음이었다.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제대로 상황을 보지 않으신 분이 이상하게 글을 올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B씨 반박이 나온 이후 A씨의 글에는 "거짓말한 거냐", "해명하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A씨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3일 오전 기준 A씨가 처음 글을 올렸던 커뮤니티에서는 A씨의 글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그는 약 3년 전 이 커뮤니티에 가입한 이후 최근까지도 자신이 운송업과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는 가장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출동 역무원은 지난 9일 MBC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있던 남성분이 의사라고 하셨는데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셨다. 옆에 여성분들도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다"며 "지하철에서 이런 일이 많이 있었는데 근무하면서 본 결과 누구 하나 안 도와준 적이 없다. 다음에 같은 사건이 생겼을 때 다른 시민분들이 도와주는 걸 주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