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회장, 말로만 사퇴했나…회장 부인도 '전무'로 출근중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방역 수칙 위반으로 논란이 된 홍원식 남양유업 (495,000원 ▼1,000 -0.20%) 회장 부인 이운경 고문도 전무 직급으로 회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 회장의 회장직 사퇴 선언 이후에도 홍 회장을 비롯해, 배우자, 모친, 두 자녀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은 전무 직급 상근직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외식사업본부장인 차남 홍범석 상무와 함께 '백미당'이 포함된 남양유업 외식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1994년부터 재직 중인 이 고문은 전무 직급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고 있고 업무용 차량과 법인카드도 제공받고 있다. 이 고문이 관여하는 남양유업 외식사업부문의 실적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 고문은 재직 중으로 전무 직책에 맞게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며 "코로나19(COVID-19)로 외식사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당사 외식사업도 동일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앞서 2019년에도 이운경 고문이 차량과 법인카드를 받고 고액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올라오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에도 남양유업은 이 고문의 급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고 실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고문은 지난 6월19일 성북구 자택에서 마련한 식사자리에 5명이 넘는 인원을 불러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경찰서가 관련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 받아 고발인 조사까지 마쳤다. 이와 관련 이 고문은 남양유업 관계자를 통해 "이 고문이 지난 5월 열린 아트부산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행사를 도와준 관계자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성격의 자리였다"며 "꼼꼼하게 방역 수칙을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2021.5.28/사진= 뉴스1

지난 5월4일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꾸려진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너일가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지난 5월17일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인 지종숙, 홍진석 이사 2명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세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남양유업 오너 일가는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홍원식 회장이 그대로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그 모친인 1929년생 지종숙 이사도 비상근 등기 임원이다. 장남인 홍진석 전략기획 상무는 지난 4월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된 뒤 지난 5월26일 복직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5월26일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남양유업 반기보고서 상 재직 중인 사내이사 4명 중 사임을 표했던 이광범 대표이사(상무)를 제외한 3명이 모두 오너일가다.

한편, 지난 4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며 논란이 생긴 뒤 퇴사한 임원은 박종수 상무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상무는 연구소장으로서 해당 발표를 진행했으며 불가리스 사태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임원부터 내부 조직에 대한 부분은 진행 중인 한앤컴퍼니로의 매각 계약 종결 이후 매수자측에 의해 일괄 변동될 예정"이라며 "박 전 상무는 지난 6월30일 정년 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로의 매각은 지난 7월30일 거래 종결 예정이었으나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한앤컴퍼니 측 인사를 경영진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를 다음달 14일로 미루며 매각 작업에 잡음이 생겼다. 매각 결렬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홍 회장 측은 매각을 진행 중이며 한앤컴퍼니와 세부 조건을 조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법률 대리인으로 LKB앤파트너스를 선임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공시 상 당사자들의 합의가 없는 경우 매각 대금 지급 시기는 오는 31일을 넘기지 못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