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새 정부 도와야"…탈레반 편드는 중국의 속내

/사진=AFP

중국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에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일찍이 인정하고 미국 등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레반 편을 들어온 것의 연장선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전화회담에서 아프간 문제에 대해 탈레반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외교부장은 "아프간 정세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고, 따라서 탈레반과 접촉해야 한다"면서 "특히 미국은 경제와 인도 지원을 통해 아프간 새 정부를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새 정권이 정상적으로 정부 기능을 수행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급등을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왕 외교부장은 "미국이 아프간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대테러 전쟁과 폭력을 저지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중잣대나 선택적 대테러 전쟁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고 아프간 정권을 잡은 데 대해 "아프간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교묘히 탈레반 편을 들어왔다.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현재 아프간 상황에는 기회와 위기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아프간 전략이 실패했음을 부각하고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기회일 수 있다. 또한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일대일로' 요충지이기 때문에 아프간에 밀착할 유인도 분명하다. CNBC에 따르면 아프간엔 구리, 철, 금을 비롯해 전기차 같은 차세대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리튬 등 수천조원 규모의 자원이 있다.

반면 중국 정부가 통제하려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이 아프간 동부와 맞닿아있단 점은 탈레반을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준다. 위구르족은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계열에 수니파다. 아프간 사태가 이 지역 독립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이날 통화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국제사회가 아프간인과 외국인인 안전하게 출국하고 이동의 자유를 확보한다는 약속을 탈레반이 지키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중국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의 공동성명을 공개하고, 미군 철수 시한인 오는 31일 이후에도 탈레반이 허가 받은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출국을 허용한다는 것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