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수소, 수소!" 이번주 탄소중립행사만 4개챙긴 文...왜?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07.

"국민들이 '탄소중립'을 더 쉽게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수소 경제'를 비롯해 그린뉴딜과 관련된 보고가 올라올때마다 참모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한다.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체감하는 정책이 효과도 크다고 강조하면서다. 참모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곧바로 각 부처 등에 '수소 경제' 등 그린뉴딜과 관련된 홍보 강화를 전달한다.


문 대통령 역시 친환경 정책 홍보대사를 자임한다. 현장 방문과 영상 축사 등 대통령의 '등장'이 필요한 일정 조율에서 '수소·탄소중립·그린뉴딜' 등과 관련된 건 빠짐없이 챙긴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에만 현장 방문을 포함해 이와 관련된 일정을 4개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국회 수소경제포럼 주최·머니투데이 주관으로 열린 '2021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 축전(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대독)을 통해 "탄소중립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구공동체의 사명이다"며 "수소법이 시행되고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는 등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 정부는 산업계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고, 국민 삶 전반에서 '녹색전환'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수소환원제철(HyIS) 2021 포럼'에서 영상축사를 통해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저탄소경제와 수소경제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지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수소경제를 확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그린뉴딜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국회 수소경제포럼 주최 머니투데이 주관 '2021 그린뉴딜 엑스포'는 6~8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되며 수소산업과 전기차산업, 신재생에너지, 저탄소 친환경 등 그린뉴딜을 망라하는 대표 기업들이 대거 참가한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하루 뒤인 7일에도 문 대통령은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에서 영상축사를 하면서 "한국은 저탄소 경제 전환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세계와 함께 탄소중립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직접 현장을 찾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 구축으로 수소경제 핵심거점으로 자리잡은 인천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수소경제 성과와 수소 선도국가 비전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모비스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급을 위해 인천 청라지구에 건립 중인 특화생산 및 연구집적단지 예정 부지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우리가 앞선 분야는 더욱 발전시켜 초격차를 확대하고, 부족한 분야는 빠르게 따라잡을 것"이라며 "모든 국가적 역량을 모아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 '수소 경제'를 내세운 건 집권 2년차인 2018년부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프랑스 파리의 수소택시 충전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전략 보고회(2019년1월, 울산시청) △대통령 전용 수소차 채택(2019년8월) △미래차 국가비전 선포식(2019년10월, 현대차 남양연구소) △친환경차 수출 현장 방문(2020년1월, 평택당진항) △미래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2020년10월, 울산 현대차)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방문(2021년3월, 충남 서산) △그린수소 생산전략 보고(2021년5월, 울산) 등 8번에 걸쳐 수소와 관련된 현장방문을 했고 이날 9번째 현장 일정으로 인천을 찾은 것이다.

고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박수치 있다. 2021.10.07.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탄소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의 전환은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미래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세계 각 나라가 '수소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우리가 뒤쳐질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당면한 현실적 문제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더 줄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추가 상향된 NDC를 발표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국민적 합의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실효성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대국민 홍보에 열심일 수밖에 없다.

마침 8일 오전 정부는 '2030 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높였다. 최근 제정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에서 제시된 35%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은 1억톤 가까이 줄여야한다.

당장 산업계는 반발한다. 기업들은 현재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NDC 상향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비판을 한다. 특히 감산·해외 이전 등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탄소중립의 성패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있는 점을 감안해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라며 "산업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을 마친 후 수소산업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며 두산모빌리티 이노베이션의 수소 연료전지 드론 설명을 듣고 있다. 2021.10.07.

이날 발표된 NDC 상향안은 오는 18일 열리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후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되는데, 앞으로 열흘간 경제계와 환경계 등의 의견을 듣기 위한 온라인 토론회가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도 산업계의 반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참모진에게 "더 열심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국민과 기업에게 '수소 경제' 대전환의 필요성을 정확히 알리고 더 빨리 움직이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때마다 국민들에게 관련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수소경제의 역할은 보다 강화되고, 우리나라와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수소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첫 번째 에너지로서의 위상을 가질 것이고, 정부와 기업은 긴밀히 협력해 수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