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산업의 판도를 바꾼 '꿈비'의 철학

꿈비의 매트/사진제공=꿈비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출산에 대한 의욕이 점점 떨어진다. 저출산을 초래하는 이유의 중심에는 여성의 의식변화가 있다. 육아가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출산에 대한 의식이 변화한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OECD회원국 중 꼴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꼴찌 출산율이 한국의 육아용품 품질과 기능을 세계 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불황을 모르는 육아산업을 유례없는 저출산율이 견인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거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사는 일이다. 아이를 둘, 셋을 갖는다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과 비교된다. 그대신 한자녀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최고'로 키우려 한다. 한국에서 새 가정의 유일무이한 아이에게는 여덟 개의 주머니가 주어진다.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까지 8명의 주머니가 열리는 것이다.


경제력에 관계없이 '에잇포켓'의 힘으로 육아초보의 육아용품 1인당 구매액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게다가 결혼하려는 남녀는 행복해지려고 결합하지, 육아에 매달려 삶이 힘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바람이 육아보조기구가 진화하는 동력이 됐다. 신(新) 육아산업은 IT기술과 결합해 젊은 부모의 힘든 육아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그들의 의식과 방식을 규정한다. 젊은 엄마가 스마트육아를 생각하면서 육아기구가 고급화되고, 기능이 다양해졌다. 육아제조기업은 선택받기 위해 기술과 품질개발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한국육아용품 제조기술과 품질이 어느덧 세계 톱클라스에 올라선 배경에는 한국 젊은 엄마의 처지가 있었다.

박영건 꿈비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친정엄마의 마음을 담아 육아의 스트레스로부터 엄마를 해방시켜주겠다는 야무진 철학을 담아 육아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짧은 사업경력에도 육아용품업계의 선두업체로 발돋움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꿈비(대표 박영건)다.


박영건 꿈비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한 부인과 함께 ㈜꿈비를 창업했다. 박 대표는 부인이 출산 후 홀로 애를 키우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걸 봤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디자인하고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보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부인으로부터 공동육아의 요구를 강력하게 받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팀장으로 잘 나가던 IT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공동육아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14년10월 ㈜꿈비가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로부터 ㈜꿈비의 얘기를 들어본다. 머니투데이 윤병훈 뉴미디어본부장이 대담을 함께했다.


Q. ㈜꿈비를 소개한다면?
'꿈비'는 '꿈꾸는 베이비'의 줄임말입니다. 아내가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설계하며 이겨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도 '꿈'을 갖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지요. 더 편리하고 안전한 육아용품을 만들고, 육아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이 키우기 편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꿈비가 육아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엄마 아빠와 육아를 같이 분담하겠다는 뜻이지요. 엄마 아빠들이 평화로워지고 심리적 안정을 가지는 게 아이들에게도 중요하거든요.

'꿈비는 엄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엄마와 육아를 함께하는 기업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꿈비가 있어서 아이키우기 좋다', '꿈비 없이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하는 평을 듣고 싶습니다.

Q. ㈜꿈비의 경쟁력이나 장점을 꼽는다면?
꿈비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가치디자인 철학'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엄마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아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꿈비는 고객이 불편해 하는 요소를 제품의 구조 설계를 통해 해결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구조디자인'이라 부르는데 꿈비의 핵심 경쟁력 중 첫 번째 요소라고 자부합니다. 꿈비의 주력제품인 클린롤매트의 경우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접히는 부분의 틈새를 없앤 제품인데 다른 제품과 달리 먼지가 끼지 않아 청소와 관리가 편리해 폴더매트 시장에서 1위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펜스형 매트인 '베이비 룸'은 아기가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화장실도 못가게 된 엄마의 불편을 없앴습니다. 아기를 펜스가 둘러싼 안전한 공간에 두고 엄마들이 설거지 같은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한 제품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아기가 펜스를 잡고 일어날 때, 펜스가 밀리지 않는 것인데 문제를 해결하는데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꿈비는 이처럼 각 제품마다 고객의 불편 요소를 '구조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는 설계 능력을 가장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과 기술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내외에서 특허와 디자인권 등록을 적극적으로 진행합니다. 현재 20여개국에서 획득한 지적재산권은 300여 개가 넘습니다.

꿈비의 펜스형 매트/사진제공=꿈비

Q. 그렇다면 꿈비 제품이 갖는 특징이나 가치는 무엇인가.
'꿈비가 만들면 다르다'고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품개발의 첫 번째 중요한 가치를 '안전'에 두고 있습니다. 안전이야말로 엄마들이 아이가 쓸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안전한 소재와 안전한 구조를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두 번째로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필요한 육아용품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그만큼 육아용품 구매를 위해 써야하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꿈비는 이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로 불리는 IF디자인어워드, IDEA 디자인상을 받은 신생아 침대는 책상, 의자, 주니어침대까지 7단계 이상 변신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세 번째로 '미적 아름다움'도 빼놓지 않고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꿈비 제품은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어느 공간에도 튀지 않고 조화로우면서 고급스러움을 연출해줍니다. 꿈비 제품들이 공간에 놓여 졌을 때 인테리어를 새로 한 느낌을 줄 수 있게 고민합니다.

아울러 꿈비는 잘 나가는 제품의 색깔 등을 살짝 바꿔 생산하는 '미투전략'을 철저히 거부합니다. 일종의 고집인데 그 때문에 제품 하나 개발하는데 길게는 3년이 넘게 걸려 개발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이런 '윤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믿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꿈비의 반려견 용품/사진제공=꿈비

Q. 최근 다양화 한 제품군이나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꿈비의 주력 상품은 층간소음 방지 매트와 유아침대, 유아화장품 등입니다. 꿈비는 유아침대 분야와 폴더매트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후발 주자였음에도 짧은 시간에 1위를 하게 된 비결은 고객을 이롭게 하는 혁신적인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철학에 근거해서 제품 확장 전략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군으로는 유아가구 브랜드인 '꿈비'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유아매트인 '리코코'(LICOCO), 아기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화장품인 '오가닉그라운드'(Organic Ground)가 있습니다. 요가 등 헬스용 프리미엄매트인 '러브휴잇'(LuvHueIt), 온가족 안심세제 '바바디토'(Babaditto), 프리미엄 아기침구브랜드인 미미루(Mimiru)도 있고요.

'파미야'(Famiya)라는 브랜드로 반려동물의 안전한 생활을 돕는 매트와 용품을 개발해 반려동물용품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닮았습니다. 아이와 반려동물 모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고 양육에 필요한 용품도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때문에 많은 유아용품 업체들이 반려동물 용품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꿈비도 올해 반려견매트, 반려견계단, 반려견쿠션, 배변패드, 반려견이불 등을 출시했습니다. 저도 반려묘와 반려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직접 이 아이들을 돌보며 불편한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바쁘게 달려왔는데 경영성과에 대해 평가해달라.
창립 이후 매출 규모는 2017년 61억 원에서 2018년 108억 원, 2019년 153억 원, 2020년 186억 원으로 연평균 51%의 성장률로 고속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매출 210억 원에 영업이익 3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19개국으로 연간 4백만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 펜데믹의 충격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으로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습니다. 그로인해 많은 맞벌이 부부들은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는 날보다 집에서 줌 (zoom)을 통해 수업을 듣는 날이 많아졌고 부모의 돌봄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보육 시설, 용품과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데 펜데믹 상황이 개선되어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온다 하더라도 이 추세는 더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꿈비의 매출의 증가폭은 다소 줄었지만 펜데믹 첫 해인 지난해 전년대비 20% 넘는 신장세를 기록했습니다.

Q. 사업 운영 중 맞딱드렸던 어려움은 있었는가.
꿈비 본사 출입구에 있는 포토존에 민트색 별이 조형물로 걸려 있습니다.

회사설립 직후인 2016년 경쟁사가 꿈비의 핵심 상품을 카피해서 30%나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는 바람에 매출이 40%나 급감하며 부도 직전까지 간적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신제품을 3개월 만에 개발했는데 이 신제품에 꿈비의 명운이 걸린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제품을 개발했지만 제품명을 확정하지 못하다가 제품에 그려져 있는 '별' 문양이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럭키스타'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런칭 2주만에 네이버 지식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유아침대 중에 1등을 하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죠. 이때부터 이 민트색 별인 '럭키스타'는 꿈비의 상징 문양이 됐습니다. 지금도 출퇴근하면서 '럭키스타' 조형물을 보곤 2016년 그 절박했던 시절을 되새기며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육아매트 /사진제공=꿈비

Q. 꿈비제품에 대한 국내외 기관과 단체의 평가는?
디자인 부문에서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어워드, Red Dot Design 어워드, IDEA어워드를 모두 수상했습니다. 업계 최초일 겁니다. 국내의 굿디자인(Good Design)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요.

또 꿈비의 모든 제품은 국내는 물론 유럽의 CE 등 세계 7개 인증기관으로부터 관련 안전표준을 통과해 안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창업이후 2020년까지 내리 6년 연속 소비자가 뽑은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위를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이번에 머니투데이가 주관하는 2021년 글로벌강소기업 대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이밖에도 수출유망중소기업, 가족친화인증기업, 이노비즈인증기업, KOTRA지사화우수기업에도 선정됐습니다.

Q.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마케팅에도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 같다.
꿈비는 주 고객인 엄마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꿈비의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평판, 장단점, 가격흐름을 꼼꼼하게 공부하고 분석한 후 구매합니다.

때문에 고객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팬덤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광고나 인플루언서 등을 통한 마케팅은 지양합니다. 꿈비의 SNS 팔로워는 2만명이 채 되지 않지만 모두 진정성 있는 팬덤(fandom)들이지요.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에서 '엄마에게 꿈비가' 시리즈와 '꿈비의 질문' 시리즈를 통해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 12월쯤 런칭할 예정입니다.

이런 SNS 소통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고 엄마들이 진정 원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선순환의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꿈비가 점차 '선배 엄마' 같은 브랜드, 육아에 지칠 때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친정엄마'같은 브랜드로 인식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CS)센터를 '엄마감동팀'이라 부릅니다.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엄마의 마음으로 친절하면서 진정성있게 대응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는 마음을 담고 있지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은 없기에 고객의 작은 불만이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여 제품개선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꿈비의 사명(미션)은 '일상의 감동, 육아를 함께하는 기업'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상이 좀 더 편안해서 힘든 날보다 감동스런 날들이 많아지도록 꿈비가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한 육아용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꿈비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고객으로부터 받는 사랑을 사회에 되돌리는 기부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꿈비가 이렇게 고객과 이웃, 그리고 사회를 잇는 이로운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가면 꿈비의 구성원은 물론 꿈비 제품을 구매하시는 고객들도 뿌듯해 할 것입니다. 꿈비가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기에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 제품혁신 성과 면에서 고루 기여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2년 코스닥 상장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회사 구조를 만드는 목표를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다양한 육아용품 분야로 확장해 각 육아용품 분야를 혁신하여 '애플'처럼 강력한 팬덤을 가진 종합 육아용품 업체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키우기 편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해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