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출신 文 '독재·삼청교육대' 언급 "항상 깨어있어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25.

"지금은 국가에 독립적인 인권위원회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많은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 위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었습니다. 저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노력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인권위의 역사를 되짚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 역시 인권위의 태동에 힘을 보탰음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1년 11월25일 민주화와 인권 증진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과 수년에 걸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노력, 정부의 의지와 국제 사회의 요구가 한데 어우러져 인권 보호를 전담하는 독립적 국가기구로 설립됐다.

문 대통령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 공감을 이끌고 모두의 인권을 조화롭게 높여나가기 위해 특별히 애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두의 인권을 폭넓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는 길"이라며 "우리는 항상 인권을 위해 눈 뜨고 있어야 한다.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를 위해 생생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 앞에서 고 이예람 중사 부모로부터 면담요청 등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받고 있다. 2021.11.25.

관심을 모은건 지난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언급이 있을지였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 1980년대 초 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인권을 유린한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면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전두환'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독재', '삼청교육대' 등을 얘기하면서 그 시절 잘못된 인권 탄압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명동성당은 독재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던 곳이다"며 "인권위의 출범을 위해 인권운동가들이 뜻을 모았던 장소이자 인권위의 독립성이 위협받던 시절에 저항의 목소리를 냈던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이중 처벌 논란이 컸던 보호감호 처분 폐지와 정당한 영장 절차나 재판 절차가 없는 군 영창 제도 폐지를 이끌어냈고, 인권위의 권고로 삼청교육대와 한센인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난 직후 관객석에선 일부 참석자가 문 대통령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자신을 성 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이 "대통령님, 성소수자에게 사과하십시오.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등을 외치며 문 대통령에게 "차별금지법을 즉각 추진하라"고 소리쳤다.

한편 문 대통령은 행사 시작전 행사장으로 들어서면서 지난 5월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부친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중사 부친으로부터 면담요청 등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 받았다.

이 중사 부친은 이날 행사가 시작되기 약 1시간30분 전부터 명동성당 앞에서 이 중사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