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화보도' 野 항의에 MBC앞 아수라장…"편파 방송"

14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MBC 노조원들이 대치하고 있다./사진촬영=김도균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방송하겠다고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MBC 노조원들과 친여성향 시민단체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1층 입구 앞 대치가 약 50분 간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 15명가량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서울 마포구 MBC 본사에 도착했다. 의원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촛불시민연대 소속 등 50여명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문이 '방송 장악 시도'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언로를 봉쇄하는 것은 마땅히 언론탄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입구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MBC 노조원 40여명은 '돌아가십시오! 부당한 방송 장악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란히 서 진입을 막았다. 현장은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과 취재진, 의원들과 노조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김 원내대표는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숱하게 모여있다"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서 진실의 목소리, 국민의 항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밀실 속에 꽁꽁 숨어 방송하려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불공정 편파 방송의 많은 사례를 경험해왔기에 더 이상 MBC가 이같은 불공정 편파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명백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왔다"며 "저는 오늘 반드시 왜곡된 사례를 지적하고 정당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대치 상황은 이날 오전 11시15분쯤 해소됐다. 박성제 MBC 사장이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하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약 25분 간 박 사장과 면담을 한 뒤 대기하던 취재진에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MBC 본사를 떠났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로부터 김씨와 A씨의 7시간 분량의 통화 녹음 파일을 입수한 MBC '스트레이트'는 16일 김씨의 통화 내용을 보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김씨가 통화 내용이 녹음되는 줄도, 방송이 될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적으로 편하게 말한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방송할 것이 우려된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사적대화를 당사자 동의도 없이 녹음해 제3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방송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대검찰청에 A씨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 비방죄)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