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도 매각한 적자 '의료 AI' 사업...국내 업계 성장 전략은

의료 인공지능(AI)의 대표 주자였던 IBM이 적자 때문에 사업을 접었다. 이에 적자를 버티고 있는 국내 의료 AI 업계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업체들은 "IBM의 의료 AI 제품이 연구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국내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며 향후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IBM과 달리 단순 '연구'가 아닌 '상용화' 목표 제품을 개발중인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오히려 IBM의 매각 소식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높은 국내 허가문턱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IBM은 의료 AI 사업부 '왓슨 헬스'를 미국계 사모펀드 프란시스코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IBM은 2015년 왓슨 헬스를 신설해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이어 질병을 진단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의 제품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가천대 길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도입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진단 정확도가 낮다는 문제가 지적되면서 적자를 이어갔다.

적자는 IBM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의료 AI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2020년 기준 상장사인 뷰노 (30,350원 ▼500 -1.62%), 제이엘케이 (11,970원 ▼210 -1.72%), 딥노이드 (6,340원 ▲290 +4.79%)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각각 97억원, 70억원, 50억원의 손실을 냈다.

업계는 IBM의 왓슨과 단순 비교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M의 왓슨은 의료진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애초에 상용화가 목표인 제품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의료 AI 업체들은 주로 영상 판독 의료 AI 분야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익원을 마련할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2680억달러(약 320조원)에서 2025년 6570억달러(약 783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다만 제도 진입 문턱이 높다. 의료 AI 솔루션은 신기술이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따라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다. 급여 적용이 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에서 의료 AI를 구입할 요인이 없다. 아직 국내 의료 AI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AI는 의료진의 편견은 물론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기술 판정을 넘어야 수가로 적용되는데 이 단계를 넘어서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했다.

뷰노는 생체신호 사업에 뛰어들었다. AI 기술을 탑재한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중이다. 최근에는 이예하 생체신호그룹장을 대표집행임원(CEO)으로 선임했다. 의료진과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제품을 개발해 수익 창출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의료 AI 업체 중 가장 먼저 상장한 제이엘케이는 유전체 분석 사업에 진출했다. 유전체 분석 설비를 갖추고 의료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융합한 메디컬지노믹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딥노이드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중이다. 병원과 의사들이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없이 자체적으로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을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도 제공해 솔루션 거래도 가능하다. 또, 개발한 솔루션은 병원 내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과도 연동할 수 있다.

비상장사인 루닛은 AI 솔루션으로 진단 가능한 질환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폐암, 결핵 등 9개 폐질환이 진단 가능한 '루닛 인사이트 CXR', 응급질환인 기흉과 흉수를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 트리아지'에 이어 유방암 진단 솔루션 'MMG'도 갖췄다. 후지필름, 제네럴 일렉트릭(GE), 필립스와 각각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한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큰 분야지만 국내에서 단기간에 매출을 내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수익원을 확보할 신규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