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이버 공격 주의해라" 경고...러시아 제재 동참 '보복'

/사진=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사이버 공간에서 이미 양국 간 '총성없는 전쟁'이 발발했다. 향후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 경제재제에 동참하는 서방 국가와 민간 기업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만큼 러시아발 '사이버 냉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만반의 대비를 갖출 것을 당부한다.

2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FBI(연방수사국)는 러시아가 미국 기업과 지방 정부를 겨냥한 대규모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을 곧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 보안국(CISA)의 젠 이스털리 국장 역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가 미국에 사이버 공격 행동을 할 수 있다"며 "이는 우리 주요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미국 내 주요 안보 기관들이 러시아 발 해킹을 우려한 데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대러시아 제재 조치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 병력을 투입한 것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동맹국과 함께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러시아가 해킹으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위크 역시 익명을 요청한 미국 국방부의 사이버 보안 관련 간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기업과 국방부, 우크라이나와 거래하는 기업을 타깃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본토는 물론 EU 일부 국가에서도 러시아 배후가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 징후가 이어진다. 우크라이나에선 오샤드방크 등 일부 은행과 국방부, 외교부 등 정부 기관 웹사이트 70여개가 공격을 받아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벨기에와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도 에너지 시설 수십 곳이 잇따라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이에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와 독일 내무부 등 EU 각국 정부도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에 주의해야 한다"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 강력한 사이버 전력 무기로 분쟁국 공격...韓도 주의해야"

/그래픽=뉴스1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강력한 사이버 전력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에서도 우위에 서려는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반 시설이 많아지다보니 국가 주요 정보 인프라를 뒤흔들고 사회 혼란을 일으켜 물리적 타격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공격 주체를 드러내지 않는 만큼 공격 후엔 '발뺌'하기도 쉽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앞서 러시아는 분쟁이 발생한 국가를 대상으로 수 차례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왔다.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배후 세력으로 추정되는 해커 세력 공격으로 국가 전력망이 손상되면서 국민 25만명이 전력과 난방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007년 에스토니아, 2008년 조지아를 대상으로도 사이버 테러를 감행했다. 당시 대규모 공격으로 에스토니아 정부와 주요 기업 홈페이지는 며칠 간 마비 상태에 빠졌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일부 개별 해커들의 일탈일 뿐이라며 정부 차원 개입 여부엔 선을 그었다.


국내 보안업계도 러시아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가 23일 미국 등 우방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만큼, 우리나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문종인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러시아는 정부 후원 해킹 조직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로 사이버 안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며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가 잘 돼있어 주요 인프라를 해킹하면 타 국가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안기업 S2W 관계자 역시 "러시아 배후 해커그룹으로 알려진 소파시(Sofacy)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국을 대상으로 테러를 감행했다"며 "정치적·외교적 대립이 생길 경우 우리도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